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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관한 글

'로또(lotto)'의 불편한 진실

by 책벌레아마따 2015. 1. 20.

                                           ‘로또(lotto)’의 불편한 진실

 

                                                                                                          2014. 12.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너나없이 로또에 열광한다.

 

 ‘로또’ ‘대박’ ‘한탕’ ‘인생역전’ ‘운수대통대략 이런 것들이 요즘 사람들의 관심을 한 방에 끌어 모으는 마력의 단어들이다. 정초에는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박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이 크게 이루어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 인생에 있어 대박 사건이라 칭할만한 일이 비단 로또 당첨뿐일까. ‘티끌 모아 태산이란 정녕 바보들만의 꿈인가. 대박과 반대 개념인 쪽박과는 정말 아무런 상관관계도 없는 것일까. 마치 로또 한 방이면 세상 모든 걱정과 근심이 저절로 다 해소될 것처럼 부화뇌동하는 군중들의 심리는 과연 무엇인가.

 

 일본에도 다카라 쿠지라는 복권 제도가 있다. 특히 연말복권은 당첨금 액수를 대폭 늘린 덕분에 세밑에 횡재수를 잡아 보려는 서민들로 복권 판매소가 인산인해를 이룬다. 연말복권 판매는 추첨 일인 1231일보다 한 달 앞서 시작된다. 이에 전국의 복권 판매소들은 행운의 동물이라 일컬어지는 마네키 네코라는 애칭을 가진 고양이 모형을 판매소 전면에 장식하고서 달뜬 사람들을 유혹한다.

 

 지난해 연말 미국에서도 로또 추첨행사가 있었다. 636백만 달러, 한화로 따져 약 67백억 원이라는 고액의 당첨금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10월 첫째 주 이후로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은 까닭에 누적된 당첨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때문이다. 호사가들이 그새 또 1등 당첨확률을 따져 본 모양이다. 그랬더니 지구로 떨어지는 소행성에 맞아 죽을 확률의 1/1000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조지아 주와 캘리포니아 주에서 각각 한 명씩 총 2명이 행운을 걸머쥐었다.

 

 국내에서 로또 1등으로 당첨될 확률은 814만 분의 1이다. 마른하늘 날벼락에 맞아 죽는 게 더 쉬울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률 낮은 게임에 올인 하는 사람들로 인해 국내 로또 시장의 열기 또한 만만치 않다. 심지어 광풍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다. 하지만 1등에 당첨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당첨된 이후의 처신임을 분명히 깨닫는다면 섣불리 대박을 꿈꾸지는 못할 것이다.

 

 로또 당첨으로 일확천금하면 죽을 때까지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자신도 모르게 한탕주의에 의식을 지배당하는 때문이다. 한탕주의에는 반드시 요행심이나 사행심이 뒤따르기 때문에 삶에 대한 성실한 자세를 견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자신의 삶에 성실하지 못한 사람이 자기 자신에 성실하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자신에 성실하지 못하면서 하느님이 바라시는 삶을 살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인생살이가 얼마나 팍팍하면 하늘에 뜬 구름 잡기식인 로또에 목을 맬까마는, 인생 해법에 있어 결코 로또만이 능사가 아니다. 로또의 행운이 우리 삶에 긍정적 효과만 유발하는 것이 아님은 언론을 통해 속속 입증되었다. 당첨금을 몽땅 탕진하고도 모자라 사건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혀 철장 신세를 지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심심치 않게 신문 지상을 장식하고 있다.

 

 올 봄 진주와 고창에는 난데없이 운석(隕石)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운석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었다. 운석 낙하 뉴스가 나간 직후부터 진주에서는 전국 각지로부터 운석을 찾으러 온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고 한다. 서울의대 운석연구실이나 해양수산부 산하 극지연구소 같은 곳에 운석에 관한 문의가 쇄도했다고 전해진다. 마치 1880년대 미국 서부개척시대, 콜로라도로 황금을 찾는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던 골든 러시를 연상케 한다.

 

 머리에 털 난 이후로 복권을 비롯한 그 어떤 사행성 오락에도 눈길을 주지 않고 살아온 나로서는 일확천금주의열풍에 선뜻 동조하기 어렵다. 아니, 인생 대박을 넘어 숱한 삶의 기적을 체험하며 오늘에 이른 까닭인지, 로또 아니라 로또 할아버지를 만나도 심드렁할 수밖에 없다.

 

 예일대학 셸리 케이건 교수에 따르면, 나라는 존재가 세상에 존재할 확률은 오십만 곱하기 십억 곱하기 십억 분의 일이라는 기적적인 수치이다. 게다가 우리가 매순간 들이마시고 내뱉는 공기를 금액으로 환산해 보자. 산소마스크 하루 사용료가 30여 만 원이라고 하니 한 달이면 대략 천만 원, 일 년만 따져도 1억 원이 훌쩍 넘는다. 죽을 때까지 무한정으로 사용하는 햇빛에너지는 또 어떤가. 두말 필요 없이 우리는 이미 엄청난 대박상품에 당첨된 행운의 주인공들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루에 심장은 10만 번 뛰고 폐는 23천 번 호흡한다. 몸속의 혈액은 약 27천만km를 돈다. 심장이나 폐는 단 11초도 사람의 노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초대박 인생에 무조건 감사함이 마땅하다.

 

 다만 경계할 것은 이 같은 놀라운 기적으로도 성에 차지 않는 인간의 탐욕이다. 행여 지금 이 순간 한 방의 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중국 송나라의 시인이자 정치가였던 소동파의 혜안에 관심을 기울여 보기를 권고한다. ‘무고이득천금 불유대복 필유대화(無故而得千金 不有大福 必有大禍)’, 까닭 없이 큰 재물이 생긴 것은 큰 복이 아니라 큰 재앙이 될 수도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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