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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비가 된 소녀들 꽃과 나비가 된 소녀들  1980년대 일본에서의 일이다. 고베행 전차에 올라서자 맞은편에 동그맣게 앉은 할머니 한 분이 눈에 들어왔다. 생면부지인데 왠지 낯설지 않았다. 언저리에 자리를 잡고 유심히 그녀를 지켜보던 그때, 소지품으로 추정되는 색동 테두리 패턴의 쇼핑백이 설핏 보였다. 더는 망설일 이유가 없을 듯해 할머니를 향해 다가갔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대로 한국인에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 건너와 오사카에 터를 잡은 위안부 피해 여성이다. 타국 땅에서 수십여 성상을 보냈지만 모국에서 날아온 동포의 앳된 얼굴을 마주하기는 처음이라며 연신 싱글벙글하셨다. 그간 얼마나 모국어에 굶주리셨던지 진한 경상도 억양의 우리말과 일본말을 섞어 달뜬 어조로 이야기하시는 모습이 열여섯 소녀와 진배없다.  또한 친인척의.. 2025. 2. 17.
나의 십락(十樂) 나의 십락(十樂)  기도하기책 읽기글쓰기숲길 걷기온욕하기음악 듣기차 마시기명상하기조용히 대화 나누기낙엽 태우는 냄새 맡기 보너스; 사골 국물 굳기름 걷어내기 2024. 12. 26.
제 블로그를 방문해 주시는 분들에게 제 블로그를 방문해 주시는 분들에게 느닷없는 계엄 사태의 후폭풍이 거셉니다. 가로등도 얼어붙은 차가운 겨울밤, 비교적 성공적인 민주화를 이룬 대한민국의 수도 한복판에서 야음을 틈타 반민주적인 행위가 실행되었습니다. 이는 결코 정상적인 통치 행위가 아님에 국내를 비롯해 세계가 동의했습니다. 그런데도 2시간짜리 계엄이 무슨 계엄이냐고 강변하는 것을 보고 말문이 막혀 버렸습니다.  『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 (민위귀 사직차지 군위경)』 - 孟子백성이 가장 귀하고 나라가 다음이며 임금은 가볍다고 했거늘, 외려 국민을 고통 속에 몰아넣고 있습니다. 재래시장에 가서 어묵이나 떡볶이 먹는 퍼포먼스나 벌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생업에 허덕이며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시민들을 기어코 차가운 광장.. 2024. 1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