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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 관한 글17

‘그라치아 디 스타토’의 신비 ‘그라치아 디 스타토’의 신비  ‘그라치아 디 스타토(Gràzia di stato)’는 이태리어로 ‘형편이나 상황에 합당한 은총’을 뜻한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은총을 베푸심은 아마도 당신의 자녀들로 하여금 저마다 부여된 일생의 소명을 원만하게 수행토록 도우시려는 게 아닌가 한다.  그러면 세상 모든 것에 이유가 있듯 사람마다 주어지는 은총이 제각각인 데에도 분명 이유가 있을 법하다. 인간은 신의 섭리 안에서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고 각자의 역할과 의무에 따라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 주면서 살아가도록 설계된 존재다. 이는 다양한 형태의 은총이 필요한 근거는 될지언정 결코 구성원 간 우열을 가리기 위함이 아니다. 그런데 실상은 은총을 단순비교하고 시기와 질투를 일삼으며 불행을 자초하는 이들이 없지 않다. .. 2024. 11. 19.
귀함과 천함 귀함과 천함 일반적으로 사람이건 물건이건 쓸모가 많으면 귀하고 쓸모가 적으면 천할 거라 여기는데 실상은 그와 반대가 아닌가 한다. 더불어서 눈여겨 볼 점은 남들이 소유하지 못한 뭔가를 차지하고 우월감이나 귀족 의식에 심취되는 인간의 속성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황금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뜨겁다. 매장량이 적어 희소가치가 높은 만큼 모두가 탐하는 귀금속의 제왕이 되었다. 하기는 신분·지위·재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서 금 세공품만한 게 없다. 금속이지만 무른 성질 덕에 가공이 쉬운 점도 한몫 거든다. 애초부터 왕이나 귀족 등 소수 지배층을 위해 왕관·허리띠·귀걸이·목걸이·팔찌·비녀·신발·노리개 같은 금제장신구가 될 운명이었던 셈이다. 한편, 금은 장롱이나 금고 속에서 고이 잠자는 대표적 귀금속이기도 하다. .. 2024. 1. 24.
태양에 관한 에피소드 태양에 관한 에피소드 고대 희랍의 알렉산더 대왕은 유럽·아시아·아프리카에 걸쳐 광활한 영토를 아우르는 대제국을 건설했다. 거기다 마케도니아·그리스, 페르시아·인도 즉 동·서양의 문화를 융합한 헬레니즘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당대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불세출의 젊고 용맹스러운 왕을 알현하기 위해 줄을 섰다. 그런데 정작 알렉산더가 만나고 싶었던 사람은 괴짜 철학자 디오게네스였다. 알렉산더가 친히 그의 처소를 찾았다. 그때 디오게네스는 왕의 행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볕받이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왠지 행색이 꾀죄죄해 보이는 그에게 알렉산더가 말을 건넸다. “소원이 무엇이오. 뭐든 다 들어 주겠소.” 그러자 디오게네스가 이렇게 응답했다. “조금 옆으로 비켜서 주시지 않으시렵니까. 왕께서 해를 가리고 계시.. 2019. 7.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