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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관한 글

세 박자

by 책벌레아마따 2019. 8. 16.

세 박자

                                                                

  한때 모 트로트 가수가 네 박자란 유행가를 불러 웬만큼 인기를 끌었다. ‘울고 웃는 인생사, 연극 같은 세상사라는 노랫말에 인생을 좀 안다는 중장년층이 호응을 보였다. 사실 세상사가 몇 박자건 무엇이 그리 대수로울 것인가. 다만 굳이 따지자면 쿵짝쿵짝네 박자보다는 쿵짝짝세 박자가 타당할 듯하다. 이를 신빙할 만한 근거도 있다.

 

  우선 국가의 성립 조건은 국민과 영토와 주권이다. 그리고 가정이 견고하려면 엄마와 아빠와 자녀믿음과 소망과 사랑으로 충만해야 한다. 나아가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인 ··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토지와 노동과 자본을 바탕에 둔 생산 활동이 필수불가결하다. 그렇다고 일만 아는 일벌레가 되기보다 일과 운동과 휴식의 조화를 통해 건강한 삶을 가꾸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업체나 기업을 경영하려면 규모나 업태를 막론하고 사람과 물자와 돈을 투입해야 한다. 비정상적인 투기는 논외로 하고, 투자에 앞서 안정성과 수익성과 유동성을 살피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수염이 석자라도 먹어야 양반이라는 속담이 있듯 생존과 직결되는 먹을거리를 확보하는 길은 바로 농사다. ‘햇빛과 물과 씨앗중 한 가지 요소라도 결여되면 땅농사는 불가능하다. 농작물의 생장을 돕는 3대 비료는 질소와 인산과 칼륨이다. 바다농사에도 세 박자 공식이 존재한다. 김 양식이 주요 소득원인 전남의 한 어촌에서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김 뜨기에는 속도와 모양과 두께의 삼박자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역사란 인류가 겪은 과거 사실 중 유의미한 사건의 기록이다. ‘공간과 시간과 인물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인류 문명은 불의 발견에 힘입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주거 공간의 난방이나 음식을 불에 익혀 먹는 화식은 원시인들의 야생적 삶을 크게 변화시켰다. 불을 일으키는 삼박자는 연료와 열과 공기.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예술 분야에서도 삼박자 법칙의 보편타당성을 엿볼 수 있다. 음악은 리듬과 화음과 선율’, 소리는 세기와 높이와 음색’, 색은 색상과 명도와 채도’, 사진은 초점과 노출과 구도’, 건축은 형태와 구조와 기능’, 연극은 희곡과 배우와 관객’, 이 모두 세 박자의 조합이다. 종합예술이라 일컬어지는 영화를 보더라도 삼총사’ ‘미녀 삼총사’ ‘삼형제’ ‘세 얼간이같은 제목이 눈에 띤다. 문학의 경우 장르별로 살펴보면 소설이나 수필은 주제와 문체와 구성’, 시는 주제와 운율과 심상’, 희곡은 해설과 대사와 지문으로 짜여 있다. 대중 매체의 세 갈래를 꼽는다면 인쇄와 음성과 영상이다. 그중 인쇄 매체의 대표격인 신문은 헤드라인(제목)과 리드(기사 첫 문장)와 본문으로 구성된다.

 

  종교도 예외가 아니다. 천주교의 중심 교리인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삼위일체론은 불교의 법신과 보신과 화신(응신)’의 삼신불 사상과 맥이 통한다. 이슬람교의 세 가지 권위는 쿠란(경전)과 하디트(마호메트의 언행을 담은 책)와 샤리아(율법)’. 동서양의 모든 종교를 통틀어 공통적인 의례인 기도를 드릴 때는 머리와 입과 가슴이 일치해야 한다. 즉 머리로 말씀을 기억하고 입으로 읊조리되 가슴에는 사랑이 담겨야 한다.

 

  지구상의 수많은 생명체 가운데 특별한 존재인 인간은 몸과 마음과 정신이 하나로 연결된 유기체다. 이러한 인간의 품성을 배양하고 잠재력을 개발하는 데는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자와 피교육자와 교육 내용이 교육의 삼박자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설득의 삼박자는 에토스(신뢰)와 피토스(감정)와 로고스(논리)’. 지금까지 언급한 필자의 세 박자론이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만한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백세시대를 맞이하여 건강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요즘인지라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덧붙인다. 달고 짜고 맵게 먹는 ··은 건강에 그다지 이로운 식습관이 아니라 하니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2019년 8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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