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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 위한 글

대한민국 교육,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by 책벌레아마따 2015. 11. 4.

                              대한민국 교육,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2015년 10월 27일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라 일컬어지는 서울 강남을 비롯해 전국 주요 도시의 이른바 교육특구에서는 상상을 뛰어넘는 사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한창 뛰어놀 나이의 초등학생에게 특목고 더 나아가 명문대를 겨냥한 선행학습을 시키는 것이 그 예다. 이마저 늦다고 여겨 우리말도 서툰 어린 자녀들을 영어 유치원에 보내기도 한다.

 

 20년 전 우리 아이가 유년기였을 당시에도 영어조기교육 광풍이 휩쓸었다. 그 여파로 강남의 엄마들이 원어민 발음을 갖게 할 목적으로 자녀에게 혀를 자르는 수술을 받게 한 엽기적인 사건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다. 유아에게 외국어교육을 실시할 때는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부모가 자녀에게 사상과 정신의 뿌리가 되어 주지는 못할지언정 자녀의 몸과 마음에 상처를 주는 언행은 삼가야 한다.

 

 사교육 의존 현상은 비단 부유층 자녀들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전국 대부분의 초··고생들이 최소 2개 이상의 사설학원에 등록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사교육이 왕성한 지역에서 특목고나 명문대 진학률이 높다는 통계도 보고된 바 있다. 사교육 효과가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고 있는 가운데,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성적을 지배한다는 지적이야말로 우리 모두 깊이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 창의성과 잠재적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교육기회의 불균등으로 인해 자신의 꿈을 펼칠 기회조차 상실한다면, 이는 개인의 불행인 동시에 국가적으로도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올 초 신학기에는 초등학교 새내기를 위한 입학용품이 화제를 모았다. 가방 70만 원, 필통 28만 원, 신발주머니 8만 원 등 고가 상품 일색이다. 이토록 과도한 지출을 하는 데는 학부모들의 과시욕도 작용했을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에게 물질만능의 그릇된 가치관이 대물림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성적지상주의가 초래한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에 이어 고가 학용품 소비 양상까지, 이래저래 일반 가정의 재정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지고 심지어 가정이 붕괴되는 우울한 현실이다.

 

 대학 입시에서 신입생 선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대학입학사정관전형제도가 현재까지는 공정성 측면에서 확고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학교생활기록부나 스펙을 허위로 조작하는 등의 다양한 수법으로 자녀를 대학에 부정입학시키는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함으로써 입학사정관제 존립 자체에 회의를 갖게 한다. 모름지기 경쟁이란 페어플레이 정신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일부 학부모들의 기상천외한 능력에 따라 입시 당락이 좌지우지되는 비정상적인 현상을 더 이상 묵과할 수는 없다. 여하한 경우에도 입학사정관제가 엄마사정관제로 변질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부모가 닦달하여 자녀를 억지로 책상 앞에 앉히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설령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에 입학한들 안심하기는 이르다. 재수 삼수를 거쳤건 특목고 출신이건 일반고 출신이건 간에 그들은 공부라면 일가견이 있는 친구들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정작 목표를 이룬 뒤에는 허탈감에 빠져 학업을 등한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 아이들에게 과열경쟁의 피로감 없이 다양한 체험과 풍성한 추억거리를 쌓으며 행복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충분히 자고 신나게 놀면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방법들도 없지 않다.

 

 오늘날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는 부정적 교육 풍조에 대해 비난만 하고 아무런 고민도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암묵적인 동의와 다를 바 없다. 대한민국 행복지수를 떨어뜨리고 자살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불러일으키는 고질적 병폐 가운데 하나인 교육 개혁의 고삐를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가정의 근간인 가족 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자녀를 지덕체의 조화로운 인간으로 양육하는 일이 개혁의 첫 단추가 되어야 할 것이.

 

 학력지상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에서 수능의 의미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수능 점수에 목숨을 걸만큼은 아니다. 수능 시험 한 번에 인생이 끝나지 않는다. 시험 성적만으로 남과 나를 단순 비교하는 어리석음을 버리고, 스스로 자기 인생의 꽃을 피워 나가야 한다.

 

 수능시험이 코앞에 다가왔다. 2016학년도 수능은 시험 출제 상의 오류가 없고 변별력이나 난이도 조절에서 흠 없는 시험이 되기를 기대한다. 수험생 모두 최상의 컨디션으로 시험 종료 벨이 울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 수험생 여러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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