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앙에 관한 글

고난의 역설

by 책벌레아마따 2014. 12. 9.

                                                     고난의 역설

 

                                                                                   2014년 12월 7일


 무수히도 많은 사건과 문제로 점철되어 있는 우리의 삶, 그 속에서 벌어지는 온갖 경우수를 두 가지 범주로 단순화시켜 본다.

 

 첫 번째는 차라리 꿈이었으면싶은 일들이다. 나와 가족만은 불행으로부터 비껴가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외면하고 싶은 일일수록 불청객이 되어 시시때때로 우리의 몸과 마음을 괴롭힌다.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한, 우리의 바람이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문제적 상황들은 발생하게 되어 있다. 두 번째는 제발 꿈이 아니었으면하는 일들이다. 누구라도 환희의 순간에 처하면 이 순간이 부디 영원하기를, 눈을 뜨면 사라지는 한 바탕 꿈이 아니기를 간절히 기도할 것이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늘 두 가지 관점을 지니며, 문제를 보는 시각에 따라 상황은 얼마든지 역전 가능하다. 세속적인 관점에서 보면 영락없는 시련이지만 삶에 오히려 득이 되는 경우가 많다. 분명한 것은 고난과 역경이 사람의 역량을 키우고, 그 사람이 지닌 역량은 역경을 통해 드러난다는 사실이다.

 

 고난은 우리를 겸손하게 그리고 고뇌하게 만든다. 독일의 문호 괴테 역시 고난이 있을 때마다 그것이 참된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고백했다. 시련 앞에 무너지지 않고 원만히 견딜 수만 있다면, 우리를 가로막는 장애물들은 삶에 있어 독이 아니라 득이다. 이것이 바로 고난의 내재적 가치이다.

 

 인생이란 긴 여로에서 만나는 수많은 난관들은 그런 의미에서 혐오와 기피의 대상이 아니라 수용과 극복의 대상이며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축복이다. 우리의 삶이란 결코 즐겁고 편안한 것이 전부가 아니다. 고난으로써 스스로를 담금질한 사람은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독특한 삶의 무늬를 갖게 된다.

 

 덕망 높은 큰스님이 제자 하나를 새로 받아들였는데, 왠지 그 젊은 제자는 늘 고통에 차 있었다. 어느 날 큰스님은 제자에게 소금을 한 줌 가져오라 이르고는 그 소금을 물 컵에 타서 마시게 했다. 그런 뒤 물맛에 대해 묻자 제자는 조금 짜증 섞인 말투로 짜다고 했다.

 

 큰스님은 다시 소금 한 줌을 가져오도록 한 후, 이번에는 제자를 이끌고 근처 호숫가로 갔다. 그리고 소금을 쥔 제자의 주먹을 움켜잡고는 호수에 넣고 휘휘 저었다. 이어서 제자에게 호수의 물을 한 잔 떠 마시게 하고, 물맛이 어떤지 재차 물었다. 제자가 짜지도 않고 시원하고 맛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큰 스님이 제자에게 이렇게 일러 주었다. “인생의 고통은 소금과 같지. 허나 짠 맛의 정도는 고통을 담는 그릇에 따라 달라지네. 만약 자네가 고통 속에 있다면, 컵이 되지 말고 호수가 되게나.”

 

 누구나 안락한 삶을 갈망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사노라면 세상 그 어떤 위로에도 가슴이 열리지 않고, 기도 한 줄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을 만큼 먹먹한 때가 있다. 고난이 결코 유쾌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훌륭한 명약은 있다. 그것은 바로 시간이다.

 

 이 땅에 머무는 동안 흐르는 시간 속에서 아픔을 삭이며,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퍼즐을 조금씩 완성시켜 나가야 하는 것은 인간의 의무이다.

'신앙에 관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핍의 미학  (0) 2015.06.05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을 추억하며  (0) 2015.02.11
고난 너머의 행복  (0) 2014.04.05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을 추억함  (0) 2014.03.20
고통의 유익  (0) 2013.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