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에 대하여
2016년 9월 16일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 이 말인즉슨 우리가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은 인간의 의지나 바람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이야기도 되지만 동시에 아무나 세상 구경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님을 의미한다.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려 있다. 하늘이 내린 목숨에 대해서 사람이 왈가왈부할 수 없으며 더군다나 함부로 다루는 일은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니 삶이 아무리 힘들고 고단해도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힘들수록 오히려 악착같이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인생의 시련들을 극복해야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인생 농사를 지었으면 당연히 열매를 수확해야 하지 않겠는가. 결실을 보기도 전에 스스로 밭을 갈아엎는 것은 규칙에 어긋난다. 더 큰 이유는 죽는다고 해결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씻기 어려운 업만 가중될 뿐이다. 우선 당장 남겨진 유가족들의 아픔과 슬픔을 어찌 책임지려 하는가.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결코 자신의 십자가를 내팽개쳐서는 안 되는 이것이 어쩌면 인간의 슬픈 숙명인지도 모른다.
자연사나 병사나 사고사가 아닌,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해하는 행위는 명백한 살인 행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자살률이 왜 이리 높은가. 하루 평균 4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살면서 신나는 일만 있는 사람은 없다. 다들 참고 견딜 뿐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마음으로.
명절이 되어 더 외롭고 더 슬픈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가난한 젊은이들과 가난한 노인들에게 있어 삶이란 어쩌면 죽음보다 더 두려운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자. 백세를 산다고 한들 인생이 그리도 길기만 한 것인지를. 지금까지 그대가 인생을 얼마만큼 살아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20살 나이라 치더라도, 앞으로 고작 80번의 추석과 80번의 설날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 짧은 시간마저도 정녕 견딜 수 없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