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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관한 글

주인 노릇

by 책벌레아마따 2018. 6. 5.

주인 노릇

 

국민의 심부름꾼을 자처하는 이들이 부쩍 눈에 띈다 싶더니 어느새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전의 백미라 하면 정당 해체에서 신당 창당으로 이어지는 정계 개편이다. 이번 역시 야권 두 정당 간 ‘선(先)창당, 후(後)합당’의 통합이 재현되었다. 이에 질세라 양당 통합에 저항하던 반대파들도 한발 앞서 별도의 신당을 창당했다. 창당의 변은 으레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식의 논조를 띤다. 하지만 이름만 바꿔친 새 부대에 헌 술이 담기는 것을 수없이 목격한 유권자로서는 선뜻 공감하기 어렵다. 당적을 옮길 때마다 읊조리는 ‘지역구민과 당원의 뜻’이라는 단골 멘트는 이제 더 이상 식상할 것도 없다.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에 따른 셈법만이 난무할 뿐, 한 조각의 붉은 절개나 의리마저 실종된 선거철의 선거판 앞에서 표심은 갈 곳을 잃는다.

 

어렵사리 사람을 자리에 앉혀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모두가 짐작하는 바로 그 이유로 근래에도 정치인 여럿이 송사에 휘말렸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공직선거법 위반,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허위사실 공표, 불법 선거자금 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뇌물 수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 각종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되고 구속되고 직위를 상실했다. 우리 사회 일각에는 지방색을 따지는 구습이 건재하건만 정치인들의 비리 백태에 있어서만큼은 영호남과 여야가 따로 없는지라 이보다 더 완벽한 사회통합 사례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작금의 흥미로운 사건 하나를 상기시켜 보면, 산업단지 개발 등 관급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업체가 진상한 뇌물이 담당 공무원의 자택 마당 구덩이 안에서 검정 비닐봉투에 담긴 채 발견되었다. 검은 커넥션을 상징하듯 뭔가 감추고 싶은 무의식적 심리 현상이 그 안에 투영된 것은 아닌지 유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정치 일선에 서면 유독 수신(修身)에 취약해지는 연유는 무엇인가. 한 마디로 사리사욕이다. 설마 협잡꾼이나 되려고 정계에 입문했을 리는 없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당선만 되고 나면 유권자를 배신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국가와 국민은 안중에 없고 어느 날 갑자기 직위나 특권을 남용한 비리 사건에 연루되어 추한 모습을 드러낸다. 권력의 단맛에 취한 이들의 슬픈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을 믿고 지지한 유권자는 유권자대로 첫째 사람에 실망하고 둘째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사실 정치인처럼 봉사할 기회가 많은 직업도 드물다. 그만큼 자부심과 긍지 그리고 보람을 만끽할 수 있는 위치인 것이다. 청렴결백하고 투철한 사명감을 갖춘 자라면 권력 아니라 그 이상을 맡긴들 어떠하겠는가. 불의에 야합할 시 모든 처벌을 달게 받겠다는 결기가 있지 않고서야 본인을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서 섣불리 정치판에 나설 일은 아니다.

 

‘인간의 됨됨이를 시험해 보려면 그에게 권력을 줘 보라.’는 에이브람 링컨의 말이 있다. 선거철에는 온갖 감언이설로 유권자를 현혹하다가 뒷날에 가서 언행이 달라지는 사람은 오래도록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사람이 사람을 판단하기란 결코 간단하지 않지만 옥석을 가리는 일은 민주시민으로서의 권리인 동시에 의무다. 국민이 주인이니까 주인이 주인다우려면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방자치법 제1조는 ‘(전략) 지방자치행정의 민주성과 능률성을 도모하며 지방의 균형적 발전과 대한민국의 민주적 발전을 기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지방자치제의 취지를 십분 이해하고 지방자치법의 목적을 실현하는 데 헌신할 지도자가 배출될 때 지역 사회는 달라진다. 지역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안목을 가지고 성장을 넘어 성숙한 사회의 밑그림을 제시할 인물이 필요한 것이다.

 

부디 이번 선거야말로 정치적 역량을 지닌 참신한 인재들의 등용문 더 나아가 명실상부한 국민 축제 한 마당이 되기를 기대한다. 지금 우리는 인간의 감정을 읽고 인간과 대화하는 AI(인공지능) 로봇과 함께하는 시대를 열어 가고 있다. 만약 정치 풍토의 쇄신 없이 이대로 백년하청이 된다면 AI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질 날이 오지 않는다고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2018.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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