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의 길
2013년 2월
여성이 지키고 행해야 할 도리나 덕목을 부도(婦道)라 하여, 부모를 공경하고 남편을 내조하며 자녀를 기르고 가사를 돌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성의 역할과 지위를 폄훼하려는 일부 남성들의 가부장적이고도 권위주의적인 사고와 태도는, 자신의 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묵묵히 일인다역에 충실해 온 여성들의 몸과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슬픔을 남긴다.
하지만 여성이 한 가정의 평화와 안녕에 절대적인 존재임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며, 특히 어머니로서의 거룩한 헌신은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어머니가 자신의 자녀를 어떻게 길러 세상에 내보내는가에 국가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빈첸시오란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축복이자 행복한 책무이기에, 서까래건 대들보건 머릿돌이건 모퉁이돌이건 튼실한 재목으로 키워 세상에 봉헌하리라는 간절한 염원을 한 순간도 포기할 수 없었다.
돌 무렵까지는 밤낮이 바뀐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재우느라 힘들었다. 이후로는 일방적인 훈계보다 부모가 솔선하여 본을 보임으로써 무언의 가르침으로 아이를 키우려고 노력하였다. 그러자니 밥상머리를 비롯한 모든 일상 속에서 나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먼저 다스려야 했다. 나이는 어릴지라도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라는 것을 인정하고 나니, 아이의 떼쓰는 말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사람을 길러 내는 숭고한 사명을 학교에만 맡기지 않고, 부모로서 인생의 선배로서 아이의 멘토가 되어 삶에 대한 긍정적 가치관과 철학을 심어 주는 일에 무엇보다 힘을 쏟았다.
되돌아보면 결코 녹록치 않은 시간들이었지만 소포클레스의 ‘자식은 모든 어머니를 삶 가운데 붙들어 매는 닻’이라고 한 말처럼, 아이와 함께였기에 지나간 모든 시련을 다 지켜본 오늘을 웃으며 마주할 수 있는 것이리라. 이제 ‘일이 이루어졌으면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길’이라는 도덕경의 한 대목을 떠올리며, 어미로서의 소임이 웬만큼 끝난 지금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싶다. 아이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계속 붙들고 있으면, 엄마의 둥지를 떠나 아이가 세상을 향해 마음껏 날아오를 수 없을 테니까.
머지않아 눈부신 봄이 오면 햇살 가득 부서지는 캠퍼스에서 아들은 대학 초년을 맞이할 것이다. 학업을 위해 혼자 서울로 떠나보내고 나면 더욱 커져만 갈 그리움에 안 그래도 가슴이 먹먹한데, 어제는 저승사자와 같은 징병검사 통지서까지 날아드니 어미 가슴에선 서걱서걱 마른 잎이 부서진다. 아이를 위해 기꺼이 한 줌 거름이 되고자 했던 어미의 길에 그 어떤 후회도 없으며, 다시 태어난대도 나는 이 길을 갈 것이다.
인성아! 꽃 같은 청춘이 네 것이로구나. 세상을 다 가져라. 엄마는 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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