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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 위한 글

역사에서 배우는 주인의식

by 책벌레아마따 2013. 4. 14.

 

                                         역사에서 배우는 주인의식

 

                                                                                                         2013년 4월

 

  

 

 대선이 끝나고도 여전히 정계는 시끄럽습니다.

 특히 오래된 습관처럼 서로를 비방하는 일에 귀한 시간을 허비하는 정당들의 소모적인 정쟁으로 인해 국민들은 피로감을 느낍니다. 서로가 하도 옳다고 주장하니 국민은 어느 쪽이 진실인지 헛갈립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설령 양측 모두 진실을 말하더라도 그것을 믿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이는 정당이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려는 마음 없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만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마침 제가 전에 국사 수업시간에 배운 이와 관련 된 옛날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수백 년 전의 조선시대 역시 오늘날과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붕당은 백성을 위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누가 정권을 잡느냐가 그들의 최대 관심사였을 뿐 나랏일은 관심 밖이었습니다. 기득권 세력은 부유층과 손을 잡았고, 붕당은 진실을 숨기고 역사를 오도했습니다. 때문에 다산 정약용은 우암 송시열(서인)과 백호 윤휴(남인)의 격한 논쟁이 있던 무렵의 기록에서, “대저 붕당이 갈라진 이후로의 문자文字의 대부분을 완전히 믿을 수 없는 것들이 이와 같습니다.”라며 붕당싸움이 한창이던 시대의 모든 기록은 신뢰할 만한 것이 많지 않다고 확언했습니다.

 

 그렇다면 예나 지금이나 정치인들이 거짓말을 일삼고 진실을 왜곡하며, 편을 갈라 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성호 이익은 이에 대해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해 놓았습니다. 이해관계가 절실하면 붕당이 깊어지고, 이해관계가 오래 될수록 붕당이 견고해지는 것은 당연한 형세이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 열 사람이 함께 굶주리고 있는데, 한 그릇의 밥을 같이 먹게 되면 그 밥을 다 먹기도 전에 싸움이 일어날 것이다. (중략) 조정의 붕당도 어찌 이와 다를 것이 있겠는가?”

 

 어떠한 근사한 말로 포장을 해도 결국 높으신 분들의 다툼은 밥그릇 싸움입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한국의 정당이 조선시대 붕당의 전철을 그대로 밟게 된다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요? 역사책 제목에 거울 감자를 붙여 가며 기록을 남긴 선조들을 통하여, 역사적 교훈을 되새겨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입니다.

 

 우선 정쟁은 희생자를 낳습니다. 1589(기축년, 선조 22)10, 정여립이 역모를 꾀하였다 하여 일어난 동인東人과 서인西人간의 정쟁인 기축옥사 때, 3년여에 걸쳐 1,000여명의 동인계東人系의 양반들이 피해를 당했습니다. 광해군 같은 임금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죽임을 당하거나 귀양을 간 것으로 비극이 끝난 것도 아닙니다.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걸출한 인물들은 초야에 숨어 아까운 재능을 썩히고 말았습니다. 이런 사건에 대해 효종 대의 호조판서 원두표는 ……이러므로 온 조정안의 사람들이 오로지 저희 편끼리 어울리기만을 힘쓰고 나랏일은 생각지 않습니다. 비록 재주와 식견이 뛰어난 자가 있다 하더라도 저희 당이 아니면 온갖 방법으로 배척하며 용납할 수 없게 하고, 비록 성품과 행실이 용렬하고 비굴한 자라 하더라도 저희 당에 붙으면 모두 함께 추켜세워 반드시 높은 벼슬에 오르게 합니다.”라고 했습니다.

 

 다음으로는 국가의 발전을 저해합니다. 능력 있는 인물들이 제 뜻을 펼치지 못하고, 국가의 근본인 국민들이 고통 받는 현실에서는 당연한 결과일 것입니다. 조선 전기에 과학의 발전이나 부국강병에 쏟았던 노력들은 붕당의 배를 불리는데 쓰였고, 한민족은 그제까지 지녀온 진취성과 개방성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참다못한 백성들은 여기저기서 민란을 일으켰고, 사회는 걷잡을 수 없이 혼란해졌습니다. 분열된 국가는 그저 무기력한 고요한 아침의 나라로 남고 말았던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정치권은 여전히 악취를 풍기며 온갖 비리가 범람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정치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정당들은 다만 반대를 위한 반대를 쏟아내며, 하루가 멀다 하고 가십거리를 만들어 냅니다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붕당의 일은 더 이상 먼 옛날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대로 수수방관하다가 수습할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지지나 않을지 걱정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조는 탕평을 위해 강력한 왕권을 추구했습니다. 그 당시엔 붕당 간의 싸움을 조율할 수 있는 존재가 왕 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조선은 왕조국가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우리는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 1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이 왕인 시대입니다. 그러므로 더 이상 1퍼센트가 99퍼센트를 기만하는 일이 없도록, 국민 스스로 나라의 주인의식을 더욱 견고히 해야 합니다. 또한 대한민국의 정치도 이제는 낡은 껍질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새로운 정치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뜻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대학 신입생 아들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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