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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문의 아들에게

붉은 달

by 책벌레아마따 2014. 10. 11.

                             붉은 달

                                                         2014년 10월 11일

 

 달이 지구 그림자에 가리어지는 개기월식 현상에 관한 뉴스를 접하고, 3년 만에 펼쳐지는 이 놀라운 우주 쇼를 육안으로 관측하기 위해 벼르고 있었어.

 

 D-day8일 저녁, 식사를 마친 뒤 해가 떨어져 밖이 어둑어둑해지자 집을 나섰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동쪽 하늘에 밝은 보름달이 걸려 있더구나.

 

 50분 정도의 시간을 동네에서 어정대는 사이, 달은 아래 부분부터 점점 어둠이 차오르더니 나중에는 보름달 윗부분만 원래의 환한 빛으로 남았어. 마치 황금색 빵떡모자를 오른쪽으로 약간 기울게 쓴 것 같은 모양이랄까. 시간이 조금 더 경과하자 마침내 보름달 전체가 붉게 변해 버렸다. 붉은 달이라고는 하나 엄마가 육안으로 본 바에 의하면, 순수한 붉은 빛이 아니라 붉은 색에 갈색을 얼룩덜룩 혼합해 놓은 듯했어. 이 과정까지만 보고 달이 원래의 모습으로 환원되는 뒷부분은 목격하지 못했어. 이번 개기월식은 내년 4월에도 볼 수 있대. 너와 함께 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둥글고 붉은 달을 보면서 너를 위해 네 또래의 국군 장병들을 위해 기도했어.

 

 개기월식 때 달이 붉은 빛을 띠는 것은, 태양빛이 지구 대기권을 통과할 때 파장이 짧은 푸른빛은 산란하고 파장이 긴 붉은 빛은 대기를 통과해 달까지 도달하기 때문이라는 구나. 저녁 하늘에 붉은 노을이 나타나는 것과 마찬가지래.

 

 어제 탈북단체가 전단지를 실은 풍선을 쏘아올린 것에 대한 보복으로 북한이 총격까지 가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우리 군에도 진돗개 하나가 발령되었다고 들었다. 너도 종일 긴장 상태로 지냈겠구나. 네가 전방 부대에 가 있으니 더군다나 이런 날은 엄마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언제쯤이면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와 이런 불안감이 해소될 수 있으려는지. 이런 소모적인 긴장과 불안은 인성이 네가 군 복무를 하는 동안 사라지면 좋겠다.

 

 신병 첫 휴가 날짜가 잡혀 있는 상태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제대로 휴가를 나올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군대 폭력도 없어지고, 남북한 긴장도 완화되기를 더욱 간절히 기도해 봐야겠어. 아들, 힘 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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