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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문의 아들에게

첫눈 내린 이튿날

by 책벌레아마따 2014. 12. 5.

                              첫눈 내린 이튿날

                                                       2014125

 

 그젯밤 뜻밖의 네 전화 받고 무척 기뻤다.

 

 보름에 단 몇 분씩이라도 규칙적으로 안부 전화를 해 주면 좋으련만. 군대 생활을 하는 너에게는 아무래도 무리한 요구이려나.

요즘 훈련소에 간 아들 곁에 있으려고 아예 훈련소 근처에 방을 얻어 생활하는 엄마들이 생겨났다고 하네. 소속 지휘관에게 전화를 걸어서는, 돈을 보낼 테니 아들이 사용하는 화장품을 사 줄 수 없느냐고 부탁하는 엄마들도 있대. , 세상이 많이 변해서 그런지 다양한 성향을 가진 엄마들이 등장하는구나.

 

 엄마는 너처럼 뼛속까지 자립심 강한 아들을 둔 덕분에, 극성 엄마나 열성 엄마는 꿈조차 한 번 못 꿔 봤구먼. 다른 부탁도 아니고 게다가 글 쓰는 엄마가, 군에 간 아들에게 편지라도 한 번 보내려고 주소를 알려 달라고 몇 번을 말해도 그마저 안 알려 주니, .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니니. 설령 마음대로 네게 전화나 편지를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자제력이 충분한 엄마라는 것을 잘 알 텐데 말이다.

 

 엄마에게 세상에 단 하루만 헬리콥터 맘이 허락된다면, 그날 하루만은 아주 유치찬란한 희한한 옷을 네게 입히고, 마법사가 만들었을 법한 괴상한 음식을 먹이겠다.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를 적어도 서너 시간은 쓰게 하고, 네가 엄마를 닮아 제일 싫어하는 간지럼 태우기도 한 시간 해 주겠다. 그리고 네가 싫어하는, 남에게 너를 자랑하기 위해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겠다. 엄마 마음을 너무도 몰라주는 벌로 말이야.

 

 코흘리개 때부터 지금껏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는 책임감을 가지고 집중력을 발휘하는 너라는 것을 잘 안다. 군 생활도 마찬가지로 맡은 바 임무에 집중하고 싶은 너를 잘 이해한다. 집 걱정으로 인해 국토방위를 수행함에 있어 만의 하나라도 차질을 빚는 것은 역시나 엄마의 뜻이 아니야. 기왕 하는 군 복무 아니겠니. 여하튼 엄마는 먼저 네게 연락할 길이 없으니, 바람이 전해 주는 소식에나 귀를 기울여야겠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하니.

 

 서울이 영하 8도를 기록했다고 하던데, 네가 있는 전방은 더 춥고 눈도 많이 내리지 않겠니. 여기는 어제 한 5분 정도 진눈개비가 휘날렸어. 명색이 첫눈인데 너무 싱겁구나. 여하튼 엄마는 혈액순환 장애가 있어서 그런지 추운 겨울은 싫구나. 어서 겨울이 가면 좋겠다. 두 번의 겨울이 지나야 네가 오겠구나. 날로 추워지는 이때에 몸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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