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돌’이 출산에 얽힌 비화
2011년 11월
달포 전 복돌이가 어미가 되던 날의 이야기야.
저녁 먹고서 한 시간쯤 산책을 하고 들어왔지, 아마. 그런데 대문을 열자 마당 어딘가에서 낑낑 소리가 나지 뭐야. 혹시 길고양이가 집 마당에 들어온 게 아닌가 싶어 찬찬히 살펴보았어.
어머나, 세상에! 하느님, 맙소사!
복돌이가 우리가 나간 사이에 새끼를 낳았더라고. 그것도 자기 집에다 온전하게 낳은 게 아니야. 벽과 복돌이 집 사이의 구석진 공간에서 새끼들이 울고 있는 걸 발견했다니까.
여하튼 급한 대로 수건을 따뜻한 물에 적셔 핏덩어리 한 놈 한 놈 몸을 닦아 주고는 어미 옆에 다시 놔 주었어. 그리고 담요를 가져다 새끼와 어미를 덮어 주었지. 그런데 새끼가 세상 밖으로 다 나온 건지 덜 나온 건지를 모르겠으니 답답하더라고. 복돌이야 당사자니까 알겠지만 말을 못하잖아.
한참 봐도 새끼를 더 낳을 기미가 없더구먼. 내가 자꾸 들여다봐서 그런지 복돌이가 집에서 뛰쳐나와 풀숲으로 숨어 버렸어. 아무리 불러도 나오지도 않고 사방이 어두워 마당에 전등을 켜고 찾는데도 잘 보이지도 않아. 하는 수 없이 집안으로 들어와 버렸지. 어쨌거나 동물들은 어미가 알아서 뒤처리를 한다니까 다음날 아침까지는 어미한테 맡기고 지켜보는 게 낫겠더라고.
내 손바닥보다도 작은 세 놈이 눈도 뜨지 못한 채 낑낑대는 걸 한번 상상해 봐. 수컷만 세 마리야. 사람으로 치면 아들 세쌍둥이를 낳은 셈이지. 대단하지? 생명체에 대한 연민이라고나 할까.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목까지 꽉 차오르네. 종種은 달라도 나도 엄마라 그런지 왠지 마음이 짠하더라고. 어미 마음이야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어.
개 산구완을 언제 해 봤어야지. 늘 수컷만 키웠던 터라. 어찌 되었건 어미 젖 좀 돌게 하고 어미 허한 몸에 영양 보충도 좀 시켜 줘야 할 거 아니겠어. 몸을 푼 산모를 위해 북어 대가리랑 장어 뼈를 한 보름 열심히 고아 댔네.
10월 9일 처음으로 새끼 눈이 게슴츠레 열렸어.
그러니까 보자, 태어난 지 얼마나 지났나? 한 보름? 그리고 다음날은 뒤뚱뒤뚱 걸어 다니더라고. 처음 생각하면 제법 많이 컸지. 아주 신기해 죽겠어. 고물고물 꼼지락꼼지락 꿈틀대는 것이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
10월 15일쯤 되니 밖으로 슬금슬금 기어 나오기 시작하데. 그 뒤로 일주일이 지나고 보름이 지나도 여전히 하루 24시간 자기들끼리 엉겨 붙어 잠만 자. 잠꾸러기! 며칠 지나자 이제는 마당을 접수했어. 얼마나 귀엽게.
복돌이 새끼?
사실 어미에다 새끼 삼형제 합쳐 네 마리를 기를 수는 없잖아. 주위에서도 다는 못 키운다며 분양하라고 하던데 도저히 내키질 않네. 눈도 못 뜨고 세 놈이 들러붙어 잠만 자는 녀석들을 어디론가 뿔뿔이 보낸다는 것이 참 못할 노릇이로구먼. 어떻게 해야 하나.
다행히 새끼를 가져가 키워 보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났어. 초등학교 애들이 학교 오가는 길에 몽실몽실한 강아지들을 보고는 귀여워 죽는 거야. 몇 날을 대문 앞에서 강아지들을 지켜보던 한 아이가 엄마를 졸라 허락을 얻어낸 모양이지. 엄마와 함께 우리 집에 와서는 자기가 키워 보겠다기에 잘 키우라고 당부하고는 들려 보냈어. 또 한 녀석은 동네 가게 집 딸들이 와서 예쁘다고 사진을 찍고 안고 난리를 부리더니 결국 데려갔어. 녀석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우리의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예방주사를 다 맞혀서 보냈어.
그런데 심각한 문제가 생겼어. 복돌이가 새끼를 낳고 얼마나 신경이 예민해졌는지 자기 꼬리를 피가 뚝뚝 떨어지도록 물어뜯는 거야. 그리고 이웃에 민폐를 끼칠 정도로 많이 짖는 거야. 하는 수 없이 성 춘향 목에 칼 씌우듯 청 테이프를 감은 골판지로 목도리처럼 둘러 줬어. 그런데 얼마나 버둥대는지 그것도 금방 망가져.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 주일 두 주일이 지나도록 저러니 정말 눈 뜨고 못 보겠더라고.
그러던 차에 마침 복돌이를 데려가 키우고 싶다는 사람이 나타났어. 집이 약간 외진 곳이라 덩치가 크지 않은 개 한 마리를 키워 보려고 하던 참에 우리 복돌이 이야기를 들은 거지. 개를 잘 키우겠다고 하니 아무래도 그리로 보내야 할 것 같아. 일 년 반을 키웠는데 많이 서운하구먼. 다시 개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싹 다 사라졌어. 사람이나 동물이나 헤어지는 건 쉽지가 않아. 말 못하는 짐승이라 해도 희로애락의 감정을 가진 생명체인데 말이야. 내가 저를 많이 사랑했다는 것이나 기억해 주면 좋겠어. 새 주인을 만나 잘 살기를 기도해 주려고 해.
한 40여 일 개 네 마리로 북적대던 집 마당이 한 순간에 조용해지게 생겼군. 복돌이 새끼 중 결국 우리를 제일 잘 따르는 녀석 한 마리만 남고, 모두 다 떠나네. 엄마와 형제들을 떠나보내야 할 복돌이가 얼마나 측은한지 모르겠어.
어미 빈자리를 채우라고 새끼 이름은 복돌이라고 부르기로 했어. 말하자면 복돌이 주니어인 셈이지. 한 바탕 꿈만 같구먼. 만나고 헤어지고, 인생이나 견생이나 거기서 거긴가 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