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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문의 아들에게

나무도 사람도 기다려 주어야 한다.

by 책벌레아마따 2015. 4. 15.

                                     나무도 사람도 기다려 주어야 한다

                                                              2015년 4월 15일

 

 작년에 심은 묘목들이 모두 잎을 틔우는 것을 보니 뿌리를 내리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싶구나. 키위는 이번에 새로 만들어 준 근사한 지지대를 타고 가지를 뻗기 시작했다. 매실나무며 벚나무도 잘 자라고 있어. 벚나무는 팝콘 같은 꽃 몇 송이를 피우며 신고식까지 치렀다. 뭐라도 시작은 저렇게 미미하기 마련이다. 훗날 아름드리나무로 성장하면 어마어마한 꽃송이가 달리겠지.

 

 제일 더디기는 주목과 반송이야. 일 년 동안 뭐 했나 싶을 만큼 그대로인 것처럼 보인다. 묘목 주변의 잡초를 뽑아 주려는데, 어린 묘목까지 같이 뽑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직은 연약하구나. 지금은 저래도 천 년을 간다는 주목이 아니니? 천 년 앞을 내다보는 마음으로 주목을 돌봐야 할 것 같아.

 

 더디 자라는 나무들이 아무리 보기에 답답해도, 얼른 크라고 나무에게 스트레스를 주지는 않을 거야. 눈 맞고 바람 맞고 비 맞으며 세월과 더불어 자라야 할 나무를 빨리 자라지 않는다고 닦달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재촉하지 않아도 언젠가 때가 되면 어른나무가 되어 있을 텐데.

 

 사람도 마찬가지다. 최소한 20년의 세월은 묵묵히 기다려 주어야 하지 않겠니. 참고 기다리지 못하고 나무를 파헤치면 나무가 잘 자랄 수 없듯, 자녀 교육 역시 당장의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고 해서 가던 길을 쉽게 포기하게 만들고 좌절하게 만든다면 부모로서 자격이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애정을 가지고 정성을 기울이되 지나친 간섭을 삼가고 곁에서 믿고 기다려 주는 것이야말로 자녀를 키울 때나 나무를 키울 때나 개를 키울 때나 변함없이 지켜져야 할 소중한 원칙이 아닐까 싶다.

 

 블로그에 네 전역 날짜를 알려 주는 위젯을 달아 놓은 관계로, 엄마가 글을 쓰느라 블로그에 출입하다 보면 자연스레 네 군 복무 기간이 얼마 남았는지 알 수 있어. 그런데 오늘 -365일이구나. 정확하게 일 년 남았네. 국방부 시계가 고장 난 것은 아니구나. 남은 기간 유의미한 시간이 되도록 노력하기 바란다. 부상당하는 일 없이 무사히 돌아와야 한다. 사랑하는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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