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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문의 아들에게

비 내리는 3월의 마지막 날

by 책벌레아마따 2015. 3. 31.

                                    비 내리는 3월의 마지막 날                                                                                                       2015331

 

 우리 집 벚나무로 인해 동네가 다 환하다. 올해는 정말 기세 좋게 꽃을 피우네. 나무도 잘 생겼지만 가지마다 얼마나 많은 꽃을 매달고 있는지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야. 앵두나무도 하얗게 꽃을 피웠고, 매화꽃은 이미 바람에 꽃잎이 다 지고 말았어.

 오늘은 종일 비가 내리고 있다. 우산을 받쳐 들고 아빠와 밭으로 산책을 다녀왔어. 요즈음은 아빠가 키위나무를 위한 지주를 만들고 있다. 쇠파이프로 만들기 때문에 아마도 백 년은 거뜬할 거라 믿어. 3년 후면 열매가 달린다고 하니까 네가 제대하고 복학해서 방학 때 집에 내려오면 먹을 수 있겠구나.

 그리고 올해 들어 비파나무, 살구나무, 자두나무, 무화과나무 묘목을 심었다. 작년에 심은 묘목들에서 새순이 돋는 걸 보니 뿌리를 잘 내린 모양이다. 얼마 전에 심은 강낭콩은 어제와 오늘 사이 새싹이 많이 올라왔어. 오늘 비는 식물들에게는 단비가 될 거야.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겠지. 식물을 키우는 건 사람의 힘으로 되는 일이 아니야. 하늘이 하시는 일이라고 봐야지. 사람은 그저 도우미 역할 정도? 자연의 경이로움에 늘 감탄하고 있다.

 세월이 흐른 뒤에, 엄마와 아빠가 부지런히 심고 가꾸어 놓은 나무 그늘 아래에서 네가 잠깐이나마 엄마와 아빠를 그리워한다면 그것으로 됐다.

 방금 3월 달력을 넘겼어. 시간이 참 빠르구나. 시간이 빨리 지나가야 네가 제대할 날도 가까워질 테지만, 너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짧아진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비 탓인가. 엄마가 오늘은 자꾸 멜랑콜리해지네.

 환절기 건강에 조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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