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문의 아들에게
숨길 수 없는 진실
by 책벌레아마따
2015. 5. 3.
숨길 수 없는 진실
2015년 5월 3일
지난달인가 비가 많이 오던 날 할인점에 갔을 때의 일이야. 쇼핑을 다 마치고 카트를 끌고 3층 주차장 입구로 막 들어선 순간이었다. 아빠와 함께 배를 움켜잡고 웃고 말았어. 엄마 말 좀 들어 봐. 주차되어 있는 많은 차 가운데 유난히 색깔이 튀는 차였거든. 그것도 모자라 차 몸체 어디 한 구석 빈 틈 없이 온통 벚꽃 잎이 달라붙어 있는 거야. 벚나무 아래 몇 시간이고 차를 세워 놓았거나 아니면 어디로 벚꽃 놀이를 다녀왔거나.
아무튼 그건 난 모르겠고. 비가 오니까 꽃잎이 바람에 날리지 못하고 그대로 차에 짝 들러붙은 거지. 도저히 꽃나무 가까이 갔던 사실을 감출 수가 없겠더구나. 아니, 꽃구경을 했다고 아예 광고를 하더구나.
엄마가 네 전화를 받으면 이상하게 목소리도 빨라지고 수다스러워지는 것 같지 않니? 길을 가다가 휴가 나온 군인이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그쪽으로 눈길이 가고, 할인점에서 물건을 사는 군인이 있으면 엄마가 계산을 해 줬으면 싶고. 아마 엄마 혼자 할인점에 갔더라면 그 군인에게 잘 설명을 하고 엄마가 대신 계산을 해 주었을 거다.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도 네 생각이 나서 때로는 가슴이 허전하고 그래. 비에 젖은 꽃잎을 뒤집어쓴 차처럼 대놓고 광고는 안 하지만, 엄마가 너를 사랑하는 마음은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는 진실이야.
어린이날이 다가온다. 어린이날 선물로 뭘 받고 싶니 물으면 늘 책이라고 대답해서 책 선물을 즐겨 하고는 했는데 어느새 군대에 가 있네. 네가 어렸을 때는 엄마가 들려주는 동화를 하도 좋아해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을라치면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곤 했어. 네게 들려주기 위해 풍자나 유머에 관한 이야기들을 일부러 찾아보기도 했다. 너, 엄마 덕분에 그렇게 유머가 풍부한 사람이 된 거야. 네가 이야기하면 친구들이 배꼽을 잡고 그렇게 웃는다며? 같은 이야기를 해도 재미나게 하는 사람이 있는데 네가 그래.
5월 1일자로 조기진급을 한다고 하더니 어떻게 되었니. 상병 계급장 단 거야? 위로 진급할수록 네 밑으로 후임이 늘어난다는 이야기구나. 너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와 행동에 대해서는 두말이 필요 없지만, 더불어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네가 좀 까칠한 면이 있거든.
어찌 되었건 신록의 계절로 들어섰구나. 지금 밖에는 어젯밤부터 내리는 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휴일이니까 오늘은 푹 좀 쉬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