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군문의 아들에게

가르치는 보람

by 책벌레아마따 2015. 5. 18.

                            가르치는 보람 

                                                 2015518

 

 

  이번 스승의 날에는 휴교한 학교가 많이 있는 모양이더라. 교사도 학부모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라 아예 하루를 쉬는 게 나을 거라 판단한 거겠지. 왠지 씁쓸한 세태를 말해 주는 듯하구나. ‘군사부일체라는 단어는 이제 역사 교과서에서나 찾아봐야 할 것 같다.

 

  너도 잘 아는 아빠 제자 한 군에게서 스승의 날 전화가 걸려 왔어. 해마다 스승의 날이면 잊지 않고 전화를 걸어 주니 고맙구나. 아빠가 한 군 고1때 담임을 맡았는데 20년 세월이 지나도록 변함없이 스승을 기억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대. 잘 된 일이지.

 

  아빠가 담임반 아이들에게 스승의 날 받는 선물은 비타민제나 넥타이 같은 것이었어. 편지를 함께 보내는 학생도 있었어. 그걸 받고는 아빠 대신에 엄마가 고마움의 답장을 해 주기도 하고, 음악 CD를 선물하기도 했어. 정말 그런 선물이야말로 값진 선물이 아니겠니. 스승의 날이라 해서 선물 때문에 특별히 부담을 가질 이유는 없는데 말이다.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부담을 느낀다면, 그것은 이미 선물이 아니라 뇌물일 거다.

 

  이 땅에 태어난 이상, 부모와 스승이 없는 사람은 없는데 그 고마움을 가슴에 새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구나. 엄마 자신부터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아빠가 학교를 명퇴하고 시골로 내려온 때로부터 지금까지 자발적 선택이었기에 후회는 없어. 하지만 아빠와 가끔 하는 이야기가 있다. 강단에서 학생들 가르칠 때가 너무 행복했다는 이야기.

 

  아무튼 아빠나 엄마는 가르치는 보람을 알기에 우리 삶이 그만큼 풍요로워졌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더 열심히 더 친절하게 가르침을 전하고 싶구나. 엄마로 인해 인생의 진로가 바뀐 제자들도 여러 명 있는데, 그들이 정말 후회 없는 길을 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오늘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토대를 이루는 데 한몫했던 역사적 사건이라 생각한다. 채 피지도 못하고 스러진 꽃봉오리들의 넋을 기리는 하늘의 눈물인가, 종일 비가 내리고 있다.

 

 그나저나 네게 전화 연락이 없어 많이 궁금하고, 솔직히 조금 걱정도 되는구나. 훈련 받느라 바쁜 거라면 괜찮겠지만. 별일 없는 거지? 별일 없다고 이야기해 줘.

 

 

 

 

'군문의 아들에게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프닝(happening)  (0) 2015.05.21
자식 걱정  (0) 2015.05.20
세상이 시끄럽구나.  (0) 2015.05.14
숨길 수 없는 진실  (0) 2015.05.03
네팔 국민에 신의 자비가 있기를!  (0) 2015.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