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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문의 아들에게

코스모스 피었네

by 책벌레아마따 2015. 6. 4.

                                        코스모스 피었네                                                         

                                                                 2015년 6월 4일 

 

  오늘 길가에 코스모스가 피어난 것을 발견했다. 그 너른 밭에 핑크빛 고운 빛깔의 꽃이 딱 2송이 피었더구나. 코스모스도 이제 때를 만난 듯하다.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들여다보았어. 사람이나 동물이나 식물이나 다 자기만의 때가 있다는 게 신기하구나.

 

 어젯밤 뜻밖에 네 전화를 받고 기분이 좋았는데, 오늘 아침에는 철 이른 코스모스를 보다니. 생각지 않던 상여금을 받은 기분이 이보다 더 좋을까.

 

 다음주부터 2주간 훈련을 받는다니 어쩌면 좋니. 가만히 있어도 무더운 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혹독한 훈련을 받을 네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구나.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잠을 자지도 못할 텐데.

 

 자신과의 한 판 승부가 되겠지. 그래, 피할 수 없는 훈련이라면, 네가 너를 이겨 보거라.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도 지금 네가 처한 상황을 오래오래 기억하기 바란다. 살면서 폭풍우를 만나더라도 험준한 산길을 가게 되더라도 능히 이겨낼 힘을 얻게 될 거야. 순풍에 돛 단 듯 흘러갈 수만은 없는 인생길이니까.

 

 군에서도 메르스를 경계하고 있다니 다행이로구나. 코로나 바이러스란 놈들이 왜 이렇게 인간을 괴롭히나 모르겠다. 더 이상의 확산만은 제발 막아야 하는데 걱정이다. 특히 군대는 집단으로 생활하는 곳이라 한번 감염되면 일파만파 아니겠니. 엄마가 너와 장병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안타까운 마음에 잠이 오질 않는다. 부대에서 이야기하는 사항을 철저히 지키도록 해.

 

 방송은 진행자의 매끄러운 솜씨 덕분에 잘 나갔어. 엄마 글을 다른 사람이 읽는 것을 듣고 있노라니 기분이 좀 묘하더구나. 지상에 발표된 글을 내 눈으로 직접 읽을 때와는 왠지 차이가 좀 있었다. 엄마 품에서 너를 키우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더라. 프로그램을 진행한 아나운서는 너를 잘 키웠다고 이야기하더만, 엄마는 네가 잘 컸다고 이야기하고 싶구나. 사랑한다.

 

 인성아. 훈련에서 부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 줘,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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