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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문의 아들에게

생명의 위대함

by 책벌레아마따 2015. 6. 1.

                                                생명의 위대함 

                                                   201561

 

  요즘 시골은 농번기다. 새벽부터 모내기를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주말에는 도시에 나간 자녀들이 내려와서 일을 거드는 모습이 제법 눈에 띄더구나.

 

 우리도 고구마 모종 심으랴, 잡초 뽑으랴 바쁘다. 고구마 모종을 며칠에 나누어 심고 있는데, 무리해서 일을 하면 일에 치여 일 하는 게 즐겁지 않기 때문에 하루 작업 시간을 세 시간 정도로 제한하고 있어. 내다팔 것도 아니고 집에서 먹는 것을 키우면서, 무리하다가 병이라도 얻으면 안 되니까 말이야.

 

 수확의 기쁨도 좋지만 땀 흘리며 일하는 과정에서 기쁨을 누리고 싶기에, 일이 지겨운 노동이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그런 원칙 아래 일을 하니까, 비록 힘은 들어도 마음은 즐거워. 그늘 하나 없는 땡볕 아래 일을 하다 보면, 온몸이 따끈따끈해지고 나른해지는 것이 몸에 긴장이 풀린다. 머릿속은 절로 텅 비게 되니 잡념 또한 모두 사라진다. 하지만 엄마는 체력이 워낙 약하다 보니 일을 할 때는 모르겠는데, 하고 나면 자주 탈이 나는 게 문제야. 희고 곱던 엄마 피부가 점점 까매지고 거칠어져 가는 것은 시골 생활의 약간의 단점이라 할 수 있지만 그게 뭐 그리 큰 문제가 되겠니. 아무튼 어제는 밭에서 행복했고, 오늘은 몸이 말을 안 들어 쉬고 있다. 아침 일찍 아빠 혼자 밭에 가셨어.

 

 그건 그렇고 어제 보니 전날 심은 고구마 모종이 아예 바닥에 착 달라붙어 있더구나. 눈으로 볼 때는 거의 다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신기하게도 얼마 뒤에 보면 전부 되살아난다. 생명력이 얼마나 강인한지 몰라. 잡초란 녀석들은 어떻게 뽑고 뒤돌아서면 다시 나는지 모르겠다. 흙을 갈아 놓으면 제 세상이라도 만난 듯 하루 이틀 만에 쫙 퍼져 버리니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아무에게도 환영 받지 못하는 저 천덕꾸러기 잡초들도 저렇게 살아 보겠다고 몸부림을 치는데, 하물며 인간이 스스로 생명을 포기한다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힘들더라도 참고 견뎌야만 하는 것이 생명을 지닌 모든 생명체들의 의무요 권리다. 생명이 저절로 다하는 날까지는 죽고 싶을 만큼 괴롭고 힘들어도 어떻게든 버텨야만 한다.

 

 모 방송사에서 글을 공모했는데, 엄마가 너에게 보내는 편지 글이 선정되었어. 내일 방송이 된다는 연락을 받았어. 부대 이름을 묻는 것을 보니 부대로도 연락이 갈지 모르겠구나. 혹시 방송을 듣게 되면 엄마 마음이려니 편안하게 생각하고, 당황하거나 부담 갖거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6월의 시작이로구나. 아무튼 군복무 기간 중 딱 절반이 지났어. 남은 기간 더욱 알차고 보람되게 보내야지,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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