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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문의 아들에게

너와 부대원들을 응원한다.

by 책벌레아마따 2015. 6. 8.

                                      

                         너와 부대원들을 응원한다

                                                                          2015년 6월 8일

 

  어제 아빠와 함께 밭에 올라갔다.

 

 옆으로 누웠던 고구마 모종이 그새 다 꼿꼿해졌더구나. 손끝만 스쳐도 비린내가 풍기는 어성초는 하얀 꽃을 피웠어. 풀을 뽑느라 한참을 땡볕 아래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뽑고 또 뽑아도 뒤돌아서면 다시 자라니, 저 녀석들의 생명력은 도저히 막을 길 없다. ‘그러려니해야지, 투덜댈 일이 아닌 거 같다.

 

 그런데 흰 나비가 밭을 무리 지어 날아다니는 거야. 저렇게 많은 나비들이 함께 다니는 건 처음 봤어. 노란 나비도 두세 마리 있고. 엄마가 다가가 녀석들 곁에 가만히 앉았는데, 자기들을 해치지는 않을 거라 판단했는지 어디 멀리로 가지 않고 엄마 주위를 맴돌더라고. 아마도 누가 보면 인간과 나비’, 멋진 그림이었겠지. 아빠 좀 보시라고 소리치고 싶어도 나비가 놀라 달아날 것만 같아, 나비와 엄마와의 비밀로 남겨 두기로 했어. 손바닥만 한 웅덩이에는 개구리가 알을 낳았던지 올챙이가 바글바글해. 개구리는 자주 보지만 올챙이를 눈으로 직접 본 건 처음이다. 어딘가에서 올챙이가 자라고 있었으니, 개구리가 그렇게 많은 것이었겠지.

 

 그리고 뱀이 허물을 벗고 가 버렸는지 뱀 껍질이 길바닥에 있더구나. 처음에는 조금 놀라기도 했지만, 자주 보다 보니 그런가 보다 한다. 허물 벗은 뱀이라! 뱀이 허물을 벗듯 인간들도 수시로 죄의 껍질을 벗고 다시금 맑은 영혼을 되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오늘부터 드디어 훈련이 시작되는구나. 이번 주는 비도 올 모양인데. 앞으로 2주 동안 텐트에서 비를 맞으며 잠을 자고, 빗물에 젖은 밥을 먹고, 샤워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선잠을 자야하고, 땡볕 아래에서 땀범벅이 되겠구나. 국가가 요구해서 하는 고생이지만, 사서 하는 고생이라고 마음을 바꾸면 좀 더 힘이 날 거다. 전 부대원들과 함께 몸과 마음의 한계 상황을 잘 견뎌 내어, 네 인생에 있어 또 한 번의 극한 체험스펙을 쌓기 바란다.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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