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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문의 아들에게

줄탁동시(啐啄同時)

by 책벌레아마따 2015. 6. 13.

                             줄탁동시               

                                                    2015613

 

 

  어젯밤 TV에서, 외딴 산골에 살면서 양계장을 하는 어느 부부 이야기를 잠시 봤어. 그런데 무척 흥미로웠던 것은 21일 동안 어미 닭이 알을 품고 있었는데, 마침내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장면이었어.

 

  병아리가 손톱 크기만큼 알껍데기를 안에서 깨자 어미가 밖에서 함께 쪼아 주니 그 사이로 작고 연약한 생명체가 모습을 드러내는 거야. 무척 감동적이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너도 잘 아는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고사성어가 머릿속에 번쩍 떠오르더구나.

 

  병아리가 알을 깨고 바깥세상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 병아리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동시에 쪼아야 한다는 말이지. 원래는 깨달음을 얻으려는 제자(병아리)와 깨우침을 주는 스승(어미 닭), 즉 이상적인 사제지간을 의미한다.

병아리가 알의 안쪽에서 쪼는 것이 ’, 어미 닭이 이 소리를 신호로 밖에서 알을 쪼는 것이 이다. 이것이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새끼 병아리는 세상구경을 할 수 없겠지.

 

 

 인연(因緣)도 마찬가지다. ()은 내적 원인이고, ()은 외적 원인이야. 세상 모든 일들은 인과 연이 결합하여 일어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무엇보다 자신의 의지나 동기나 노력이 확고할 때 하늘이 감동하여 그 사람을 돕게 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동기가 순수해야지, 삿된 마음이나 속된 마음을 품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엄마는 살면서 이런 체험을 몇 번 했는데, 깨끗한 마음과 간절함과 성실함이야말로 하늘마음(天心, 하늘의 뜻)을 움직일 수 있는 막강한 에너지라고 믿고 있다.

 

  외로움인 듯, 외로움 아닌, 외로움 같은 것이 가슴 속에 스며드는 오늘 아침, 마당에 나서니 치자 꽃향기가 유난스럽구나. 엄마는 이 향기가 왜 이리 좋은지 모르겠다. 엄마는 치자나무에 코를 박고 꽃향기를 맡고, ‘해피는 엄마에게 달라붙어 여기저기 침을 발라대고.

 

  이렇게 여름날의 또 하루가 흘러가겠지. 오늘 너는 어떤 훈련을 받고 있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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