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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문의 아들에게

블로그의 역할과 기능

by 책벌레아마따 2015. 11. 11.

                            블로그의 역할과 기능

                                              20151111

 

 수능 시즌이 맞구나. 약 한 달 전부터 블로그 방문객 숫자가 부쩍 늘었다 싶더니 수능고사를 앞두고 있어서 그럴 거야. ‘수능 수험생 격려의 글’ ‘수험생 격려의 글이라고 검색창에 입력하면 엄마의 블로그가 바로 연결되니까 그것을 보고 방문하는 것 같아. 원래의 제목을 다 입력하지 않고 띄엄띄엄 입력해도 다 알아서 연결해 주는 것을 보면 컴퓨터란 녀석이 참 신기하기도 하고 똘똘하기도 한 것 같다. 인터넷 그 가상의 공간 속에서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수험생과 수험생 부모들이 얼마나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면 작은 위안이라도 얻고 싶은 마음에 인터넷 서핑을 하여 엄마 블로그까지 찾아오게 되었을까. 그 마음을 잘 알기에 아마 내년에도 수능고사 즈음에 수험생을 격려하는 글을 또 쓰게 될 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몇 년 썼으니 이제는 그만 쓸까. 잘 모르겠다. 내년에 가서 다시 생각해 볼게.

 

 아무튼 세상 사람들이 엄마 글을 통해서 잠시나마 작은 위안과 평화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혼탁하고 삭막한 세상 속에서 맑고 투명한 한 줄기 빛이 되고자 하는 마음, 그것은 바로 엄마의 신앙 고백이자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사명이며 글을 쓰는 목적이다. 사실 신문지상이나 인터넷 공간을 떠도는 자신의 글을 만나는 순간, 반가움보다는 두려움 같은 것이 느껴질 때가 있어. 특히 인터넷의 경우 전혀 생각지 못한 엉뚱한 곳에서 내 글을 발견하면 정신이 번쩍 나는 것 같기도 해. 이미 뱉어 버린 것들이라 주워 담을 수도 없는데, 공연스레 글로써 업이나 쌓는 것은 아닐까 싶은 두려움? 엄마가 언제까지 글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주님만이 아시는 일이겠지.

 

 엄마의 글을 읽으면 눈물이 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인데, 독자들로 하여금 카타르시스 효과를 불러일으켰다면 그것은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는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네가 대학에 입학하여 서울로 올라간 뒤 허전한 마음에 블로그를 만들었고, 엄마의 다른 일상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블로그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다녀갔으니 블로그를 잘 만들었나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반대급부가 왜 없겠니. 모든 것은 동전의 양면이 아니겠어. 좋은 게 있으면 나쁜 게 있기 마련이다.

 

 원치 않는 방문객으로 인해 언짢은 일들도 아주 가끔은 생긴다. 영업을 목적으로 방문하여 상품을 권유한다거나 아니면 선정적인 댓글을 단다거나 퇴폐적인 모임을 제안한다거나 하는. 누구에게라도 완전 공개를 원칙으로 삼은 터라 가능한 인위적으로 블로그 출입을 막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출입을 차단시킨 경우도 있어. 블로그마다 성격이 다를 테니까 그런 의도를 가진 사람은 그런 블로그를 찾아가면 될 것 같은데 말이다. 그 어떤 종류의 꾸밈이나 기교나 가식이나 화려함을 허락하지 않는, 오로지 순수한 글 하나로 꾸려 가는 블로그라는 것을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을 듯한데. 엄마가 블로그를 만든 의도와는 전혀 다른 엉뚱한 생각을 갖는 방문객으로 인해 블로그 문을 닫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 네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블로그를 열어 두게 되지 않을까 싶구나. 블로그를 통해서도 너에게 이렇게 편지를 띄울 수 있으니까.

 

 평생 글을 쓰며 살아왔지만 글이야 언제라도 엄마의 의지에 따라 절필하면 그만이다. 엄마에게 있어 최대 관심은 글이 아니야. 네가 군 복무를 무사히 마치고 학업을 잘 마치고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하늘과 땅, 그리고 네 자신에 대해 부끄러움 없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겠지? 지금까지처럼 말이다. 아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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