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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문의 아들에게

나무 가지치기

by 책벌레아마따 2015. 12. 9.

                                              나무 가지치기                         

                                                            2015. 12. 9.

 

그제는 아빠가 집 마당에 있는 나무들의 전지 작업을 하셨어. 나무들이 낙엽을 떨군 이맘때가 전지하기에는 적당한 시기일 거야. 그동안 부분적으로 조금씩 가지치기를 해 준 적은 있지만 이렇게 대대적으로 한 것은 이사 와서 처음이다.

 

이 집을 지을 때 마당에 나무를 심으면서 나무의 미래에 대해서는 그다지 고려하지 않았던 것 같아. 그러다 보니 나무가 자라면서 간격이 너무 비좁아져서 나무 꼴이 영 말이 아니었다. 서로 간에 성장에 방해를 받게 되니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벚나무는 특히 그새 얼마나 많이 자랐는지 하늘을 찌를 듯해서 굵은 가지 잔가지 할 것 없이 뭉텅 잘라 내었다. 매실나무도 키가 너무 자라서 위를 바짝 쳐 냈어. 뽕나무, 앵두나무, 찔레나무, 유자나무 등은 밑동만 남겨 놓았어. 엄마 팔 한 짝이 갑자기 없어진 것처럼 몹시 허전하더구먼.

 

사실 이 집의 역사에 대해서는 우리보다도 나무가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먼저 주인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나무를 심었을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우리가 이사 올 때만 해도 작고 여렸던 나무들의 몸통이 이렇게 굵어지는 동안 너는 대학생이 되고 군인이 되었잖니.

 

여하튼 잘라낸 나뭇가지들로 마당이 꽉 차서 어제는 그것들을 정리하느라 아빠와 땀을 흘리며 몇 시간을 일했어. 톱과 낫으로 크기를 일정하게 잘라서 가지런히 모아 놨어. 바람과 햇빛에 잘 마르면 나중에 땔감으로 쓸 수 있을 거야. 우선 화덕부터 하나 만들어야겠네. 장작불을 때서 고기 구워 먹고 고구마 구워 먹고 하는 것이 전원생활의 작은 즐거움이라고들 하는데, 우리는 아직 그런 즐거움을 모르는 것을 보면 아직도 도시 라이프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대하시라! 네가 휴가 오면 장작불 고기구이를 한번 먹게 해 줄게. 그나저나 동백꽃이 붉은 꽃망울을 터뜨렸다. 겨울이 왔음을 알리는 팡빠레가 아니겠니. 감기 조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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