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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문의 아들에게

대한민국 막강 팀워크를 갖춘 분대

by 책벌레아마따 2015. 12. 15.

                             대한민국 막강 팀워크를 갖춘 분대

 

                                                              20151215

 

 일요일에 전화가 오지 않아 내심 걱정했는데, 어제 네 전화를 받고 안부를 들으니 안심이 되더구나.

 

 며칠 전에 40km 행군을 했다니 놀라운 일이다. 40km라면 100리인데, 100리는 서울에서 수원까지의 거리가 아니니. 그 먼 거리를 배낭을 짊어진 채 걷다니! 장병들 정말 대단하다.

 

 젊음이 좋긴 좋구나. 아니, 젊음 때문만은 아닌,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사는 군인들이니까 가능하겠지.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으니까, 또한 혼자가 아닌 함께여서 그런 것들이 가능했을 거라 엄마는 믿는다.

 

 매일 밤 불침번을 서지 않는 날이 없어 엄마 마음이 많이 아프건만, “혼자만 힘든가요, 모두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데요.”라고 여전히 너는 그렇게 말하는구나. 과연 군인답고 엄마 아들답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너의 그 말을 한동안 곱씹어 보았다. 너무나 자랑스럽고 대견해서 목이 메었어. 이 차가운 겨울밤, 불침번을 서는 너와 대한민국 모든 군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엄마가 있는 이 방의 온기를 고스란히 전해 주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그새 분대장이 된 모양이구나. 그만큼 책임감이 늘어난 것 아니니. 하기야 늘 변함없이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너라서, 특별히 신경 쓸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만. 후임들이 너를 얼마나 신뢰하고 좋아하고 따를지 눈으로 안 봐도 훤하기에, 적어도 네가 속한 분대는 대한민국 최고의 팀워크를 자랑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을 떼어낼 날도 머지않았다. 다른 해 같으면 서운한 마음도 약간 들었겠지만 올해는 괜찮아. 이 겨울이 가면 네가 전역할 날이 성큼 다가오게 되니까. 여하튼 아무리 힘들어도 두 번 다시 경험할 수 없는 군 생활이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되 지금 이 시간을 마음껏 즐기기 바란다.

 

 당분간은 기온이 떨어질 것 같아. 컨디션 조절 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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