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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문의 아들에게

매서운 한파 이기고 매화꽃 피었네.

by 책벌레아마따 2016. 2. 12.

매서운 한파 이기고 매화꽃 피었네

                                            2016212

 

  오랜만에 편지를 쓴다. 네게 어떻게 지내느냐 안부를 묻는 것조차 편편치 않은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선뜻 편지를 쓸 엄두가 나지 않더구나.

 

  핵실험에 이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경계태세가 더욱 강화된 것은 아닌지 매우 걱정스럽다. 그래도 설 연휴인데 너를 비롯한 모든 장병들이 떡국 맛이라도 보며 며칠간만이라도 한숨 돌릴 수 있겠지 생각했더니만 섣부른 기대였어.

 

  어제는 개성공단까지 폐쇄되면서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른 듯하다. 남과 북은 정녕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할 수 없는 것인지 몹시 안타깝다. 북한의 경거망동으로 인해 한반도와 동북아는 물론 세계 평화가 위협당하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쉽게 말하고 행동해서는 안 된다만,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정말 살맛이 떨어진다. 부모가 어린 자녀를 무자비하게 학대하고 그것도 모자라 생명까지 빼앗는 일이며,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를 남편을 살해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사람으로서 그런 짐승만도 못한 행동을 하게 된 데는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자신들의 분노와 욕망을 조절하지 못한 결과가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는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어제 산책길에서 올 들어 처음으로 활짝 핀 매화꽃 무리를 보았다. 이웃 마을 비탈밭에 심어진 매화나무가 올해도 어김없이 꽃망울을 터뜨렸어. 그 모진 추위를 다 이겨 내고 천년의 향기를 뿜고 있었다. 일부러 밭으로 걸어 올라가 온몸으로 매화 향기를 흡입하는 순간, 참으로 행복하더구나. 꽃송이 세 개를 훔쳐다가 아빠 코끝에도 갖다 대 주었다.

 

  전방에서 너와 네 동료들이 밤낮으로 국토방위에 여념이 없는 덕분에, 엄마가 후방에서 편히 지낼 수 있는 거야. 고맙다, 그리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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