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에서
2016년 2월 21일
인터넷으로 주문한 가마솥이 그제 배달되었어. 길들여 파는 것과 길들이지 않은 것의 가격 차이가 크기도 하지만, 재미 삼아 한번 가마솥 길들이기를 해 볼 요량으로 길들이지 않은 것으로 주문했다. 철수세미로 꼼꼼하게 긁어내는 과정을 다섯 번 반복한 뒤, 가마솥을 가스버너 위에 앉힌 상태에서 들기름으로 코팅하기를 예닐곱 번 반복했다. 처음이라 제대로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설명서에서 알려 주는 것보다 2배 가까이 공을 들인 것은 분명해. 여하튼 들기름 코팅 덕분에 가마솥 몸체가 번들번들 윤이 난다.
문제는 눈요기 삼아 놔두고 보는 물건이 아니라서, 사용할 때마다 물과 불에 닿게 될 텐데 녹이나 나지 않을지 모르겠다. 쓰고 나서 기름칠을 해 두면 녹이 나지 않는다는데 제법 번거롭게 생겼구나. 비록 귀찮고 번거로워도 맛있는 것을 먹으려면 그만한 대가는 치러야 하겠지. 여하튼 너에게 가마솥 밥이나 가마솥 설렁탕을 해 줄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게 다 낭만이고 추억이잖니.
요즘 남북한 간 상황이 워낙 냉랭하여 너를 포함한 장병들의 스트레스가 심하리라 예상된다. 잠은 제대로 자는지 휴식은 제대로 취하는지 궁금한 게 하나둘이 아니다. 오늘 저녁 식사 후에 혹시나 네게서 전화가 오려나했는데 역시나 오지 않는구나. 무소식이 희소식인 줄 알고 있으마.
절기상으로 우수(雨水)도 지나 이제는 정말 봄이로구나. 요 며칠 날씨가 쌀쌀하더니 어제와 오늘은 날씨가 확 풀렸다. 마당에서 가마솥 길들이기 작업을 하는데 아빠는 덥다고 하셨어. 마당의 매화나무도 슬슬 꽃망울을 활짝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고 말이다. 계절은 못 속이나 봐. 네가 군대에 입대한 뒤로 두 번의 겨울을 보내고 두 번째의 봄을 맞이하는구나. 네가 보고파서 세월 가는 것이 하나도 억울하지가 않네. 참, 자식이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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