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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문의 아들에게

공든 탑도 무너진다.

by 책벌레아마따 2016. 3. 1.

공든 탑도 무너진다

                                                        201631

 

  ‘공든 탑이 무너지랴라는 말이 있다. 정답은 무너진다.’이다.

 

  탑을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뜨리는 것은 순식간이야. 명예도 재물도 건강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건장한 젊은이라도 몇 달간만 기브스를 한 채 꼼짝하지 않고 누워 있으면 근육은 쇠퇴되어 버리고 만다. 평생 쌓은 명예나 재물도 한 순간의 그릇된 판단과 행동으로 말미암아 와르르 허물어지고 말지. 엄마가 굳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이런 사례들은 얼마든지 주변에서 찾을 수 있을 거야.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지뢰밭이 있다고 생각한다. 많고 많은 위험과 유혹이 도사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 어떤 지뢰밭과 마주치게 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세상살이를 마냥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 바른 마음을 가지고 바른 길을 가고자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그 이유는 우리의 갈 길을 이끌어 줄 마음 안에 양심이라는 네비게이션이 있기에 그렇다. 양심에 따라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한다면, 비록 지뢰를 밟더라도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될 확률은 매우 낮을 거라 믿는다. 마음 안의 거울이, 마음 안의 네비게이션이 녹이 슬지 않도록 평소에 부지런히 갈고 닦아 두는 것이 좋을 듯하구나.

 

  만약 지뢰밭이라 판단되면 즉시 그곳을 벗어나야 한다. 불가피하게 지뢰를 밟았다면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나 잘못을 번복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실수나 실패에서 교훈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 쓰라린 경험들은 오히려 살아가는 데 약이 될 수도 있어.

 

  너에 관한 사연을 방송국에 보내서 엊그제 방송이 되도록 한 데에는 이유가 있어. 면회 한 번 가지 못한 부모로서의 미안함과 안타까움도 있고, 보람찬 병역의무를 수행한 너에게 조금쯤 특별한 선물을 해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또한 그 어느 때보다 격랑에 휩싸인 한반도 정세 속에서 묵묵히 나라를 지키는 너와 모든 장병들을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네 엄마 이전에 글을 쓰는 문인으로서, 너와 대한민국 장병들에게 작은 위로와 용기를 전해 주고자 한 일임을 이해해 주면 좋겠다.

 

  언젠가 텔레비전을 보니, 연예인들이 나와서 군에 있을 때 가장 좋았던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오더구나. 그 중 한 사람이 말하기를 엄마에게 생전 처음 편지를 받고 너무 기뻐서 눈물이 많이 났다고 하더라. 엄마는 지금까지 너를 위해 수백 통에 달하는 메일과 편지와 일기를 썼건만, 너로부터 좋았다는 이야기는 사실 들어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너의 천성이 그렇기도 하고 또한 네게 뭘 바라고 그런 것이 아니라 서운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어쩌다 왠지 마음이 허전할 때는 있었다. “엄마, 고마워요.” 한 마디 네가 해 주었더라면, 엄마가 더 신이 났을 텐데. 이런 말 엄마가 처음 한다, 그렇지?

 

 어제 행군은 잘 마쳤니? 꽃샘추위가 심했을 텐데. 부상당한 곳은 없는지 걱정이 된다. 감기 조심하기 바란다. 오늘 97돌 삼일절이었지. 순국선열들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가슴에 되새겨 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