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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 관한 글

인문학을 위하여!

by 책벌레아마따 2019. 5. 11.

 

인문학을 위하여!

 

‘인문’은 인간다움이란 뜻을 가진 라틴어 '후마니타스'에서 유래한다. 나뭇결, 비단결, 살결, 돌결과 마찬가지로 인간 역시 고유의 결을 지니고 있다. 인간과 인간의 삶의 바탕을 이루는 무늬가 다름 아닌 인문이다. 그리고 문학, 역사, 철학, 언어, 종교, 예술, 고전 등 인간의 문화와 역사와 사상을 탐구하는 학문이 인문학이다. 인문학은 인간의 품성인 ‘인의예지(仁義禮智)’를 고양하는 동시에, 사회를 향한 건전한 비판은 물론 국가와 민족의 비전을 제시하는 등 시대의 나침판으로서 기능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 사회에서 부는 인문학 바람은 열풍은커녕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조금 부풀려 표현하자면 인문학의 위기를 넘어 고사 직전이다. 이는 대학이 어느덧 기업의 축소판이 되어 버린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기업의 자본을 수용한 대학이 독립성을 발휘할 수 없음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대학 내에 이미 기업의 자본과 시장 논리가 깊숙이 침투한 마당에 학문의 전당으로서의 순수성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나 다를 바 없다.

 

대학은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재정적 곤란을 겪고 있다. 그렇다 해서 필요하면 취하고 쓸모가 다하면 내치는 ‘토사구팽’식 구조조정법을 정리해고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 고용 안정성과 처우가 보장되지 않는 이상 본업에 충실하기 어려운 시간강사들에게 이중고를 안기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인문학과의 개편, 인문학 교양과목의 통폐합 같은 단편적인 행정 처리도 유감스럽다. 결과적으로 피해는 오롯이 학생들의 몫이다. 인문학이 홀대를 당하면서 인문학도들 사이에서는 ‘문송합니다’ 즉 문과라서 죄송하다는 자조 섞인 신조어까지 나돈다.

 

패륜 범죄, ‘묻지마’ 범죄, 잔혹 범죄, 각종 부조리와 부패와 비리와 편법이 일상다반사가 된 것도 모자라 일말의 죄의식마저 실종되는 등 인간의 결이 날로 거칠어져 가는 현실이다. 이런 배경으로 효율성의 극대화에 밀려난 인문학의 반격을 지목하려 한다. 인문학이 쇠퇴하면 사람 노릇을 제대로 배울 길이 막히게 되니 결국 인간의 몰락으로 이어진다.

 

5G 시대며 수소·전기차 시대가 오지 않으면 어떠랴. 삶의 질은 떨어질지언정 살아가는 데는 크게 지장 없다. 부자간, 부부간, 사제간 존경과 사랑의 부재가 염려되는 터에 오월 달력을 빼곡히 채운 기념일이 본질은 아니지 않은가. 무엇보다 우리 안에 내재하는 신성이 파괴되지 않도록 인문 후진국으로의 후퇴를 막을 선진적 수준의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

2019.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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