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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문의 아들에게

어제는 비, 오늘은 맑음

by 책벌레아마따 2014. 8. 5.

                                어제는 비, 오늘은 맑음

                                                       201485

 

 모처럼 햇살이 온 집안에 고루 스며들었다. 사나흘 동안 마음이 울적했던 것은 기후의 영향이라기보다는 양파 껍질 까듯 새롭게 드러나는 군()의 비하인드 스토리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제는 종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매우 긴박한 하루였어. 하루 종일 모든 언론이 28사단 윤 일병의 억울한 죽음에 초점을 맞추고 관련 소식들을 쏟아내느라 분주했다.

 

  윤 일병의 사망 소식이 뇌관이 되었을까. 마침내 그동안 참고 또 참았던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고야 말았어. ‘아들을 군대에 보내서 죽게 할 바에야 병역을 기피하고 감방에 보내는 것이 낫다’, ‘외국으로 이민을 떠나겠다등등. 여론이 비등하자 결국 국방장관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동안 유사한 사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당국의 사과를 포함하여 대책 마련이라는 것이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한 터라, 이번 역시 어디까지 믿어야 좋을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만은 다르겠지하며 다시 한 번 믿을 수밖에 없는 거 아니니. 왜냐하면 희망조차 버릴 수는 없으니까.

 

 어떠한 경우에도 구타나 린치 같은 물리적 압박을 가하여 상대방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도의(道義)가 아니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무심코 행해지는, ‘사랑의 매라는 명분을 내세운 체벌조차 엄마는 마뜩치 않다. 물리적인 가격(加擊)을 하면서 감정이 실리지 않을 수 없고, 당하는 입장의 사람에서는 크건 작건 굴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엄마는 요즘 글을 쓸 때는 네 방 네 책상에 앉아 있어. 처음에는 텅 빈 네 방을 들여다보는 것조차 쉽지 않아 방문을 닫아 두고 애써 외면하고는 했지. 하지만 대한민국 군인 엄마가 이렇게 나약하면 안 되지 싶어서 정면 돌파하기로 했다. 그렇게 결심한 후로는 아예 네 방에 들어와 너의 손때 묻은 물건들을 보면서 너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 있다.

 

  보고 싶은 아들, 이름만 불러도 이렇게 목이 메는 구나.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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