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군문의 아들에게

삶과 죽음

by 책벌레아마따 2014. 8. 9.

                                        삶과 죽음

                                                                 2014년 8월 9일

 

 이웃 마을의 어르신이 세상을 버렸는지 이른 아침부터 장송곡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하지만 이 땅에서의 삶을 살다간 할머니의 명복을 빌며 시작하는 오늘 하루다.

 

 네가 훈련소 안에서 세상과 담을 쌓은 채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사이, 국내외에서는 놀라운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어.

 

 알제리 여객기와 대만 여객기가 추락하고, 말레이 항공 소속의 여객기가 우크라이나에서 격추되는 등 아찔한 항공 사고 소식이 연일 외신을 타는가 싶더니, 중국 윈난(雲南)에서 83일 오후 규모 6.5의 지진으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어. 그리고 서아프리카 기니와 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나이지리아에서 열대 전염성 바이러스인 에볼라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가운데 사망자가 속출하여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구나.

 

 국내에서는 그토록 검·경이 애타게 수색에 나섰던 유병언 씨가 순천의 한 매실 밭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어 국민을 놀라게 하더니, 이번에는 28사단의 윤 일병이 선임병의 구타와 학대를 못 이기고 유명을 달리한 비통한 사건으로 국민의 분노가 비등하고 있다. 오랜 시간 군대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은밀하게 자행되어 왔던 너무나도 비인간적인 행태들로 인해 온 국민이 부들부들 떨고 있어.

 

 여하튼 이 모든 사건과 사고의 공통점은  안타까운 죽음으로 결말이 이루어진다는 거야. 국경을 초월한 제각각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삶을 살면서, 아마도 턱밑에 다가와 있는 그토록 급작스러운 죽음을 예상하지 못했겠지좌탈입망(坐脫立亡; 수행의 경지가 높은 수행자가 생사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의 경지에 오른 선사들은 예외로 하고, 세상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은 자신이 죽는 시간일 거야. 누구라도 한 번 가야 할 길이라면 결코 억울한 죽음만은 막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하구나. 그러니 지금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논하기보다 다만 지금 이 순간의 삶에 충실하자.

 

 너와 대한민국 국군 장병을 위해 주님의 자비로우심을 간구하는 아침이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내겠다고 엄마에게 약속해 줄 수 있겠니. 아들, 사랑한다.

 

 

'군문의 아들에게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  (0) 2014.08.17
아들 목소리  (0) 2014.08.11
어제는 비, 오늘은 맑음  (0) 2014.08.05
28사단 윤 일병의 짧은 생을 애도하며  (0) 2014.08.04
칠월 칠석에 비가 오신다.  (0) 2014.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