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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문의 아들에게

칠월 칠석에 비가 오신다.

by 책벌레아마따 2014. 8. 2.

                        칠월 칠석에 비가 오신다.

                                                                   2014년 8월 2일

 

  오늘은 칠석이다.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떨어져 지내는 견우성과 직녀성은 평소에는 서로 그리워하면서도 다리가 없기 때문에 만날 수 없어. 그러다가 일 년에 딱 하루 오늘처럼 칠월 칠석이 되면, 까마귀와 까치들이 머리와 머리를 맞대어 이어 놓은 다리를 통해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이토록 어렵게 만났음에도 날이 밝으면 일 년 후 칠석날을 기약하며 다시 헤어져야만 해. 까마귀와 까치로 이어진 다리는 오작교라고 하고. 누구나 다 아는 전설이지만 왠지 슬프지?

 

  칠석날 아침에 비가 오면 견우와 직녀가 기쁨에 겨워 흘리는 눈물이라는데, 오늘은 태풍 나크리의 영향으로 종일 폭우가 쏟아지고 있으니, 견우가 직녀가 흘리는 눈물이 내를 이루고 강을 이루는구나.

 

 일본에서는 칠월 칠석이 제법 큰 고유 명절이야. 동네 여기저기서 다양한 축제도 벌어지고 제법 흥겨운 날이었다. 음력이 아닌 양력으로 쇠는 것이 우리와 다른 점이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월삼짇날 역시 한국에서는 이미 사라졌지만 일본에서는 아직 살아있는 명절이야. 지나치게 명절이 많은 것도 곤란하겠지만 왠지 이런 정겨운 세시풍속들은 각박한 세상에 사는 우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지 않을까 싶다.

 

  731일에 네가 보낸 군사우편을 받았다. 사진 속의 너는 군기가 딱 잡힌 훈련병의 모습이더구나. 베레모가 아주 잘 어울리던데. 네가 얼마나 힘들지 엄마도 잘 알고 있다. 너를 생각하면서 엄마도 에어컨이며 선풍기 없이 여름을 보낼 각오를 했어. 오늘은 네가 좋아하는 과일인 복숭아를 먹다가 코끝이 매웠어.

 

 그러나 네가 그러하듯 엄마도 잘 이겨 낼게. 오늘의 태풍이 지나가듯, 이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듯, 모든 것은 다 지나가게 되어 있단다. 아들,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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