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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문의 아들에게 108

칠월 칠석에 비가 오신다. 칠월 칠석에 비가 오신다. 2014년 8월 2일 오늘은 칠석이다.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떨어져 지내는 견우성과 직녀성은 평소에는 서로 그리워하면서도 다리가 없기 때문에 만날 수 없어. 그러다가 일 년에 딱 하루 오늘처럼 칠월 칠석이 되면, 까마귀와 까치들이 머리와 머리를 맞대어 이어 놓은 다리를 통해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이토록 어렵게 만났음에도 날이 밝으면 일 년 후 칠석날을 기약하며 다시 헤어져야만 해. 까마귀와 까치로 이어진 다리는 오작교라고 하고. 누구나 다 아는 전설이지만 왠지 슬프지? 칠석날 아침에 비가 오면 견우와 직녀가 기쁨에 겨워 흘리는 눈물이라는데, 오늘은 태풍 ‘나크리’의 영향으로 종일 폭우가 쏟아지고 있으니, 견우가 직녀가 흘리는 눈물이 내를 이루고 강을 이루는구나. 일본.. 2014. 8. 2.
태풍이 지나간 들에 태풍이 지나간 들에 사흘 전에는 지축을 뒤흔들 것 같은 기세로 밤새 강풍이 불어댔어. 밭의 농작물이 걱정이 되어 이른 아침 올라갔지. ‘모진 바람에 들깨며 콩이며 어린 묘목들이 다 쓰러졌으면 어쩌나.’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어떻게 그리 연약한 놈들이 죄다 살아남을 수가 있단 말이냐. 애써 가꾼 놈들인데 옆으로 다 넘어졌더라도 놀랐겠지만, 예상과 달리 멀쩡하게 서 있는 것은 더 놀라운 일이었다. 밭으로 올라갈 때 보니까 굵은 나무들의 가지는 툭툭 꺾인 채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더구먼. 연약하면 연약한대로 다 살게 마련인가 보다. 농사란 정말 하늘이 돕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인간이 아무리 용을 써도 결국 비와 바람과 햇빛이 없으면 결코 작물은 자랄 수 없어. 우리처럼 취미 삼아.. 2014. 7. 28.
장정소포 장정소포 엊그제 월요일에는 보충대로부터 소포가 배달되었어. 그것을 받고 울컥해지는 부모들이 제법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던지라, 엄마는 애써 담담한 마음으로 박스를 개봉하기로 했다. 네가 입고 간 셔츠와 바지와 운동화가 들어 있더구나. 신세대인 너의 필수 휴대품, 스마트폰도 딸려 왔다. 네가 집 떠나 먼 길을 가면서 이토록 단출한 차림이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가슴에 와 닿더구나. 어쩌면 우리는 불필요한 많은 것들을 소유한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네가 속한 신병훈련소는 규율이 엄격한 편인지, 전화도 소포도 일절 금지로구나. 어디 외딴섬 염전노예로 끌려 간 것도 아니고, 21세기 개명 천지에 더군다나 같은 나라 안에서 생사 여부도 확인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물론 훈련의 집중도를.. 2014.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