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문의 아들에게 108 잠 못 드는 밤에 잠 못 드는 밤에 2014년 9월 24일 아들! 아무리 잠을 청하려 해도 잠이 오지 않네. 밤새 뒤척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네게 글을 쓴다. 설마 엄마 홀로 깨어 있는 밤은 아니겠지? 혹시 너도 불침번 서느라 잠을 못 자는 건 아니니? 이따금 한밤중에 눈을 떴을 때, 네가 불침번을 서는 것은 아닌지 궁금할 때가 있어. 태풍 '풍웡'이 지나가는지 지금 창 밖에는 계속 비가 내리고 있다. 태풍 피해나 없으면 좋겠구나. 어제는 아는 분 댁에서 무화과를 얻어 와서 밤에 무화과 잼을 만들었어. 네가 집에 있으면 맛있게 먹을 텐데. 너는 무화과를 좋아하잖니? 휴가 때 나오면 먹도록 해. 휴가? 너 정말 군대 간 것 맞구나. 전화도 안 되고, 편지를 보낼 주소도 모르고. 아들이 있는 게 맞나 싶기도 하다. 군에 간 아.. 2014. 9. 24. 가난한 마음 가난한 마음 2014년 9월 13일 네가 군에 입대한 뒤로 밭 창고의 한쪽 벽면에 덧대어 그늘막을 만드는 공사를 했어. 그저 기둥이나 몇 개 세우고 그 위에 지붕만 얹은 단순한 모양새야. 하지만 그 아래 야외용 돗자리를 펴고 앉아 참선을 하고 있노라면 마음이 그렇게 가난해질 수가 없다. 네가 없는 쓸쓸한 여름 한 철을 무심한 가운데 다리를 꼬고 앉아 그럭저럭 잘 지냈다. 창고 옆 계곡을 따라 힘차게 흐르는 물소리며 새소리며 바람소리 같은 자연의 하모니가 내 마음에 진정한 평화와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바로 앞에 있는 저수지에도 그득하게 물이 차올랐어. 저수지에 비친 산 그림자는 언제 봐도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구나. 그러고 보니 계절이 바뀌어 이제는 가을이구나. 시각, 후각, 미각, 청각, 촉각의 오감을 자.. 2014. 9. 13. 이등병 진급을 축하한다 이등병 진급을 축하한다. 2014년 8월 24일 네가 입대한 지 40일이 지나, 남은 복무 기간이 600일 아래로 줄어들었다. 오늘로 599일이 남았어. 아빠가 오셔서 신교대 수료식 이야기를 해 주셨어. ‘동해물과 백두산이’ 애국가 첫 소절을 부르는 순간 가슴이 울컥해지고 눈물이 나더래. 이 조국을 이 강토를 젊은 너희들이 지켜 주는구나 싶어서. 살면서 숱하게 애국가를 듣고 불러 봤어도 이렇게 가슴이 뭉클해진 것은 처음이라는구나. ‘부모님께 큰절’을 올리라는 명령(?)에 따라 네게 큰절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하시더라. 다른 장병들 부모님도 똑같은 심정이었겠지. 네가 그렇게 늠름하고 의젓할 수가 없었대. 그리고 동기들이 말뚝을 박으라고 할 정도로 훈련을 잘 받았다면서? 어려서부터 네가 워낙 군인을 좋.. 2014. 8. 24. 이전 1 ··· 29 30 31 32 33 34 35 3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