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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오후에 서서 인생의 오후에 서서 십 년 전쯤이다. 결혼 후 처음으로 어렵사리 남편에게 휴가를 얻었다. 성북동 어느 산사에서 마련한 여름 수련회에 참가하고 싶어서였다. 맑고 향기로우신 법정 스님이 회주로 계셨던 그 절에서 며칠을 나기 위해 바랑 아닌 배낭을 메고 드디어 나는 출가(?)했다. 수련 기간 내내 묵언 수행이 이어졌다. 지난날 삶에 대한 성찰의 시간으로 이끌려 가는 침묵의 과정이었다. 그동안 가슴 속에 묵혀 두었던 자연인으로서의 신앙인으로서의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 본격적인 내면으로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마침내 그 ‘나’는 ‘나의 육신’은 결국 흙으로 돌아갈 한 줌 흙덩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님을 자각했다. 바라고 구하는 것에 급급했던 나의 통속적인 삶의 모습들이 진부하게 .. 2013. 3. 21.
어미의 길 어미의 길 2013년 2월 여성이 지키고 행해야 할 도리나 덕목을 부도(婦道)라 하여, 부모를 공경하고 남편을 내조하며 자녀를 기르고 가사를 돌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성의 역할과 지위를 폄훼하려는 일부 남성들의 가부장적이고도 권위주의적인 사고와 태.. 2013. 3. 12.
고베의 추억 고베의 추억 2012년 1월 15일 그날의 참극은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1995년 1월 17일 오전 5시 46분 52초 일본 효고현 고베神戶시에서 리히터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했다. 그 결과 고베시 반경 100km 이내의 주택과 공장을 비롯해 철도·통신·고속도로와 같은 사회기간시설이 처참하게 붕괴되었다. 실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대재앙이다. 지진이 다반사인 일본이라 해도 도쿄를 포함한 관동지방과 달리 관서지방은 이전에 큰 지진을 경험한 일이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물질적 피해는 차치하고 시민들은 걷잡을 수 없는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졌다. 사고 당일 긴급뉴스로 이 소식을 접한 후 하루 종일 전화통에 매달렸지만 한동안은 통신마저 두절되었다. 마침내 전화 연결이 되고 속속 들려오는 비보에 머리가 둔.. 2013. 3.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