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에
2014년 9월 24일
아들!
아무리 잠을 청하려 해도 잠이 오지 않네. 밤새 뒤척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네게 글을 쓴다. 설마 엄마 홀로 깨어 있는 밤은 아니겠지? 혹시 너도 불침번 서느라 잠을 못 자는 건 아니니? 이따금 한밤중에 눈을 떴을 때, 네가 불침번을 서는 것은 아닌지 궁금할 때가 있어.
태풍 '풍웡'이 지나가는지 지금 창 밖에는 계속 비가 내리고 있다. 태풍 피해나 없으면 좋겠구나.
어제는 아는 분 댁에서 무화과를 얻어 와서 밤에 무화과 잼을 만들었어. 네가 집에 있으면 맛있게 먹을 텐데. 너는 무화과를 좋아하잖니?
휴가 때 나오면 먹도록 해. 휴가? 너 정말 군대 간 것 맞구나. 전화도 안 되고, 편지를 보낼 주소도 모르고. 아들이 있는 게 맞나 싶기도 하다. 군에 간 아들한테 엄마가 투정을 다 부리는 구나. 계급이 오르면 다소 시간적 여유가 생기려나. 너에게 쓰는 편지며, 엄마가 보고 싶으면 사진이나마 보라고 추억 속의 엄마 사진들을 너를 위해 블로그에 올리고 있는데. 언제 그것들을 볼 수 있으려는지.
네가 너무 보고 싶구나. 하기야 군에 가지 않았더라도 네가 서울에 가 있으면 보고 싶어도 마음대로 못 보는 건 마찬가지다만. 캠퍼스에서 왔다 갔다 하던 생각은 안 나니?
최근 한 달간 몇 편의 글을 쓰느라 분주했어. 문인회 발간 책에 실릴 원고며 신문사에 보낼 원고, 그 밖의 한두 편의 원고 등 머리가 제법 피로하다. 글을 쓰는 동안이나마 너에 대한 그리움을 내려놓을 수 있으니까 차라리 그게 더 나은 것인지도 모르겠다만.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고 있어. 전방은 겨울이 일찍 시작될 텐데. 몸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 사랑한다. 우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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