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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문의 아들에게

이등병 진급을 축하한다

by 책벌레아마따 2014. 8. 24.

                                이등병 진급을 축하한다.

                                                                2014년 8월 24일

 

 

  네가 입대한 지 40일이 지나, 남은 복무 기간이 600일 아래로 줄어들었다. 오늘로 599일이 남았어.

 

  아빠가 오셔서 신교대 수료식 이야기를 해 주셨어. ‘동해물과 백두산이애국가 첫 소절을 부르는 순간 가슴이 울컥해지고 눈물이 나더래. 이 조국을 이 강토를 젊은 너희들이 지켜 주는구나 싶어서. 살면서 숱하게 애국가를 듣고 불러 봤어도 이렇게 가슴이 뭉클해진 것은 처음이라는구나. ‘부모님께 큰절을 올리라는 명령(?)에 따라 네게 큰절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하시더라. 다른 장병들 부모님도 똑같은 심정이었겠지.

 

  네가 그렇게 늠름하고 의젓할 수가 없었대. 그리고 동기들이 말뚝을 박으라고 할 정도로 훈련을 잘 받았다면서? 어려서부터 네가 워낙 군인을 좋아하고 군대에 대한 호기심이 넘쳐서, 나중에 커서 군대에 가면 잘할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그렇구나.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잘 할 수밖에 없어.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라는 공자님 말씀도 있지 않니. 네가 공부를 할 때 놀이삼아 즐기는 것처럼, 훈련도 같은 요령으로 해 나가면 좋을 듯하다.

 

  신교대 수료식 다음날 자대 배치된 당일 오후에 전화를 해 줘서 엄마가 깜짝 놀랐다. 너와 전화 통화 중간에 너의 선임이 요즈음 군대에서 발생한 일들로 많이 걱정하셨지요? 여기는 그런 일 없으니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하는데, 정말 그렇게 마음이 놓일 수가 없더구나. 부대 지휘관들께서 부모들을 배려하신 것일 거야.

 

  그리고 참 세상이 넓고도 좁구나. 초등학교 동창 성현이를 만나고 대학 동기의 친구를 만나게 될 줄을 누가 알았겠니. 형택이도 같은 생활관을 사용하게 되고. 이래저래 출발이 순조로워서 너의 군 생활이 무사히 마무리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네가 지금까지 많은 덕을 쌓았으니까 뿌린 대로 거두게 될 거야.

 

  세상 공부를 하는 데 있어 군대보다 더 좋은 곳도 흔치 않을 거라 생각한다. 부디 몸과 마음과 영혼이 한 단계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2년이란 시간을 잘 활용하기 바란다. 기왕 하는 것인데 군인이면 군인다워야지.

 

  다시 한 번 이등병이 된 것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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