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군문의 아들에게

별이 빛나는 밤에

by 책벌레아마따 2015. 2. 9.

                       별이 빛나는 밤에           

                                                         201529

 

 오늘 오전까지는 올 들어 최고의 강력 한파가 전국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 모양이다. 어제도 만만치 않게 추웠어. 바람까지 너무 심해 체감 온도는 실제 온도보다 훨씬 낮게 느껴졌다. 바람을 가르며 산책길에 나서는데, 문득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 (Wuthering Heights)’이  떠오르더구나. 바람이 몹시 우는 소리를 들었다.

 

 걸으면서 내내 혹한기 훈련을 받고 있는 너와 동료 병사들을 위해 기도했어. 대여섯새훈련을 앞당겼더라면 어땠을까 그런 쓸데없는 생각까지 다 해 보았다. 한 사람의 낙오자 없이 부상자 없이 무사히 훈련이 끝나기만을 바란다. 그리고 이 혹독한 훈련 체험이 네 삶을 통해 크나큰 정신적 버팀목이 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살면서 숱한 난관들과 부딪칠 때마다 극한 체험을 하는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기 바란다. 오늘의 육체적 극한 상황을 이겨 낸다면, 그리고 오늘 너의 군인 정신이 영원히 퇴색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견뎌 내지 못할 고통은 없을 거라 믿는다. 어떠한 고난과 시련이 닥쳐도 결코 너는 물러서지 않게 될 거야.

 

 일 년 중 가장 더운 혹서기에 군에 입대하여 비지땀을 흘렸는데, 이번에는 칼바람이 부는 엄동 속에서 혹한기 훈련을 받다니 정말 자랑스럽고 대견하고 고맙다. 네가 있어 엄마가 두 다리 뻗고 잠을 잘 수 있구나.

 

 긍정적인 시선으로 모든 사물을 바라보는 너이기에 아무리 힘든 상황이 주어져도 피하는 대신 즐길 거라는 것을 엄마는 잘 알고 있다. 너라면 군 생활이 사회로부터 격리된 공간에서 무의미하게 보내는 시간들의 집합이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증명할 수 있을 거야.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병역의무를  마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라는 것이 바로 엄마가 네게 내리는 특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