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군문의 아들에게

혹한기 훈련이 무사히 끝나서 감사하다

by 책벌레아마따 2015. 2. 15.

                    혹한기 훈련이 무사히 끝나서 감사하다

                                                                    2015215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후 현장에서 곧바로 체포된 안중근 의사는, 1910214일 뤼순감옥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326일 사형을 당하셨다. 아드님의 사형선고 소식을 들은 어머니 조 마리아 여사는, 목숨을 구걸하지 말라는 요지의 편지를 전했어. 과연 그 아들에 그 어머니지? 안중근 의사의 세례명은 도마(토마스).

 

 어제 14일은  발렌타인데이이기도 한데 초코렛이나 주고받는 날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물론 너는 그 정체불명의 기념일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니까 이런 말을 할 필요도 없지만 말이다.

 

 어제는 엄마에게 있어 남다른 의미를 지닌 날이 될 것 같다. 왜냐고? 애타게 기다리던 네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야. 너의 첫마디, “살아있다는 거 알리려고 전화했어요.”하는 말을 듣고 만감이 교차했다.

 

 혹한기 훈련이 무사히 끝나서 정말 고맙다. 강추위도 모자라 바람까지 그토록 심했으니 얼마나 힘들고 추웠겠니. 단단하게 박은 텐트가 바람에 다 날려가는 바람에, 자다가 눈을 떠 보니 맨 땅에 몸만 누워 있었다던 동료도 있다니 정말 얼마나 혹독한 훈련이었는지 조금이나마 실감이 나는구나.

 

 훈련 마치고 사흘이 지났는데도 몸이 회복이 되지 않아 어떡하니. 모처럼 전화 통화를 하는데 네가 말하기도 힘들 정도로 목이 아프고 잠겨서 3분도 이야기하지 못해 안타까웠어. 빨리 컨디션을 회복해야 할 텐데. 할 수만 있다면 너를 며칠만이라도 집으로 데려와 푹 쉬게 하고 싶은 심정이야. 침착하기로 말하면 엄마도 그리 빠지는 사람은 아닌데, 자식이 힘든 건 못 보겠구나. 에잇, 안중근 의사의 어머님처럼 되기는 틀린 모양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경험들이 너의 인생에 분명히 도움이 될 거라 믿어. 어디서 이런 것들을 체험해 보겠니. 안쓰럽고 딱하다고 느끼는 것은 엄마 마음이고, 너는 누구보다 이런 상황을 즐기는 타입이라서 크게 걱정은 하지 않는다. 엄마가 걱정하는 것은 네가 동상에라도 걸릴까 부상이라도 당할까 그런 것들이야. 아무튼 무사히 잘 마쳤으니 이제야 한시름 놓겠다. -.

 

 오는 봄을 시샘하느라 그런지 이곳도 계속 바람이 무척 세게 분다. 목을 좀 따뜻하게 감싸고 따뜻한 물이라도 자주 마시거라. 컨디션이 나아지면 또 전화해 줘.

 

 

 

 

'군문의 아들에게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이 봄을 몹시 시샘하네.  (0) 2015.02.18
냉장고를 새로 들였다  (0) 2015.02.17
별이 빛나는 밤에  (0) 2015.02.09
동장군의 마지막 저항  (0) 2015.02.07
혹한기 훈련 성공적으로 마치기를!  (0) 2015.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