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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문의 아들에게

겨울이 봄을 몹시 시샘하네.

by 책벌레아마따 2015. 2. 18.

                            겨울이 봄을 몹시 시샘하네

                                                              2015218

 

  월요일자 신문에 게재된 따끈따끈한 글 정치가의 품격을 네게 먼저 뵈어 주고 싶구나.

  네가 초등학교 때 장래 꿈을 묻는 질문을 받고, ‘억울한 사람들이 없도록 공정한 재판을 하는 판사가 되거나, 백성의 마음에 맺힌 것이 없게 만드는 정치가가 되고 싶다고 의젓하게 말한 적이 있어. 둘 다 엄마로서는 탐탁지 않은 직업이지만 그래도 너의 야무진 대답에는 무척 흐뭇했었다.

  법조인이나 정치가가 지녀야 할 덕목이나 자질이나 품성 등으로 보면 네가 이지만 만약 네가 그 길로 간다면 말리고 싶다. 판사의 경우에는 사람이 사람을 심판함에 있어 짊어져야 할 심적 부담 때문에 그렇고, 정치가의 경우에는 온갖 청탁 유혹을 이겨 내야 하고 정치 활동이나 유권자 관리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정치가라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생각해 보았어. 최근 국무총리 후보 임명 과정에서 탈이 많았고, 각 당의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 역시 말이 많았거든. 그들이 엄마 글을 한번 읽어 보고 정치지도자의 역할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구나.

 명절을 너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모르겠다. 네가 없으니 음식을 만들고 싶은 의욕도 나지 않는다. 부대에서도 떡국을 주려나? 떡국을 먹어야 나이 한 살을 먹는데.

 떡국을 안 먹으면 나이도 안 먹는다면 좋겠다. 비현실적인 생각이지? 네가 한 인간으로서 바르게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네 옆에서 오래오래 지켜보고 싶어서 그래. 삶의 모든 날들, 모든 순간에 밝은 빛 가운데 머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뭔가 께름칙한 일을 행한다면 진정 자유로운 사람이 될 수 없을 거야. 늘 하늘과 땅에 당당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합격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pass.

 바람이 왜 이렇게 심하니? 겨울이 봄을 어지간히 시샘하는구나. 산책하는데 애로사항이 많아. 목은 좀 어떤지 궁금하다. 부대에도 의무실 같은 곳이 있을 거 아니니. 가서 진료를 좀 받아 봐. 그럼 다시 쓸 때까지 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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