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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문의 아들에게

꽃소식과 꽃샘바람

by 책벌레아마따 2015. 3. 4.

                                       꽃소식과 꽃샘바람

                                                           201534

 

 집 마당의 매화나무 꽃망울이 거의 다 벌어졌구나. 겨울 차가운 북풍을 용케 버틴 나무들이 무척 대견하다. 작고 보드라운 고 하얀 꽃잎에 코를 대 보니 천 년의 향기도 여전하네. 봄이 또 이렇게 찾아왔구나.

 벚나무도 꽃망울이 다닥다닥 맺혔는데, 이 녀석들이 죄다 벌어지면 정말 근사할 것 같다. 집이 다 환해지겠지? 그런데 꽃소식도 좋지만 보름 후면 휴가를 나온다는 네 전화를 받고 엄마는 가슴이 뛴다. 그리고 혹한기 훈련 때 심하게 고생을 했는지 목이 잠겨 말도 잘 못하는 너를 안타깝게 생각했는데, 그새 컨디션이 나아져서 정말 다행이구나.

 간밤부터 휘몰아치기 시작한 바람은 오늘도 종일 이어지고 있어. 꽃샘추위가 대단하네. 여러 날 날씨가 안 좋아 빨래를 하지 못했어. 그러다 오늘 빨래를 해서 마당의 빨랫줄에 옷을 널어놓았더니 어떻게 된 줄 아니? 상점이나 주유소 같은 곳에서 개업을 하면 홍보용 인형 풍선을 세워 놓는 거 알지? 오늘 바람이 어찌나 센지 빨랫줄에 널린 빨래가 바람에 춤추듯 펄럭이는 모습을 보니 딱 그 생각이 나더라. 한 줄로 쭈욱 늘어선 알록달록한 옷들이 따로 또 같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봐. 혼자 한참 웃었네.

 네가 오면 어떤 맛있는 음식을 해 주어야 하나 좀 궁리를 해 봐야 할 것 같구나. 네가 신병교육대 들어갈 때, 엄마가 너를 웃으며 보내겠노라 이야기는 했다만 그것은 지키지 못한 약속이었어. 아무튼 이렇게 포상휴가를 나온다고 하니 기쁘다. 그런데 나오지도 않았는데 45일 마치고 귀대할 때는 또 어떡하나 싶어. 다시 만나는 날까지 건강에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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