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군문의 아들에게

인생은 마라톤

by 책벌레아마따 2015. 3. 15.

                          인생은 마라톤

                                           2015315

 

 오늘 제86회 동아마라톤을 겸한 서울국제마라톤대회가 열렸다.

 

 마라톤은 엄마가 매우 좋아하는 스포츠다. 두 시간 넘게 진행되는 텔레비전 생중계가 전혀 지루하지 않으니까. 마음에 드는 영화와 다큐멘터리 말고, 내가 두어 시간을 집중해서 볼 수 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마라톤이 거의 유일해. 예전에는 야구 관전이 취미인 때가 있어 비록 푼돈이나마 잠실야구장 입장료로 자주 나갔는데, 안 보다 보니 그것도 이제는 시들해졌다.

 

 엄마가 마라톤을 좋아하게 된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다. 내가 초등학교 때였을 거야. 아버지가 동아마라톤대회에 참가하셨어. 서울역에서 용산으로 이어지는 대로를 많은 참가자들과 함께 달리시는 아버지를 목이 터져라 응원하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자기관리에 철저한 분이셨다. 새벽마다 집에서 남산까지 달리시고 평행봉과 냉수마찰을 하시며 체력을 다지셨어. 너도 외할아버지처럼 꾸준히 체력을 단련하는데 힘을 쏟으면 좋겠다. 아무튼 마라톤은 우리 인생과 닮은꼴이다.

 

  마라톤이란 그 누구의 도움 없이 오로지 자신의 두 발과 정신력으로 42.195km 그 먼 길을 달려야 하는 고독한 경기잖니. 25회 스페인 바르셀로나 올림픽대회에서 우승한 황영조 선수가 했던 말이 생각나는구나. 훈련하는 게 너무나 힘들어 반대편에서 오는 차에 뛰어들고 싶을 때가 있었대.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출생부터 임종까지 평탄하게만 살다가는 사람은 결코 없어. 역설적으로 말해 평탄하기만 한 것은 인생이 아니야. 아무리 남 보기에는 순탄해 보이는 인생이라도 텅 빈 벌판에 홀로 서 있는 것 같은 아뜩한 순간을 몇 번이고 넘기면서 골인 지점(죽음)을 향해 나아가게 되어 있다. 비교적 세파에 시달리지 않고 큰 어려움 없이 살아온 엄마도 뜻하지 않게 건강을 잃고 이렇게 힘들어하지 않니. 골인 지점이 아직 한참 남았으니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하겠지.

 

  이번 대회에서는 케냐의 윌슨 에루페 선수가 2시간 610초로 우승을 걸머졌다. 여자부에서는 김성은 선수가 2위로 들어왔어.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그 자리에 주저앉는 것을 보니 얼마나 혼신을 다했으면 저럴까 싶다. 그 긴 구간을 과연 얼마만큼의 정신력으로 뛰었는가를 짐작할 수 있지 않겠니. 비록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린 것만으로도 이미 우승자라고 말해 주고 싶구나.

 

  그리고 말이다. 네가 집에 왔구나. 그새 부대 사정이 또 바뀌어 제 날짜에 휴가를 허락해 준 것에 감사한다. 장시간 버스에 시달리느라 많이 피곤했는지 저녁 먹고 네가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어간 뒤 엄마는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펼쳐 들었다. 엄마도 많이 피곤하기는 한데, 오늘 너를 만난 기쁨을 글로 남겨 두기 위해 이렇게 글을 쓰고 있어. 너의 존재로 인해 모처럼 집안이 다 환해졌구나. 오늘밤은 부대 걱정일랑 접어 두고 푹 자거라

 

 

 

 

 

 

'군문의 아들에게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안함 46용사'의 명복을 빌며  (0) 2015.03.26
네가 떠난 뒤  (0) 2015.03.21
너에게 바란다.  (0) 2015.03.15
늘 감사하며 살기  (0) 2015.03.13
꽃소식과 꽃샘바람  (0) 2015.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