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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문의 아들에게

네가 떠난 뒤

by 책벌레아마따 2015. 3. 21.

                                  네가 떠난 뒤         

                                                            2015년 3월 21일

 

 어제 터미널에서 너를 떠나보내고 나니 엄마 가슴 한 구석에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이는 듯하구나. 분명 계절은 따뜻한 봄인데, 왜 이리 몸에 한기가 돋는 걸까. 며칠 전 휴가를 나오던 날은 마냥 신이 났었는데, 네가 떠나니 온 세상이 텅 빈 것만 같다.

 군 생활이 제법 연륜이 쌓여 가니, 어느새 네 몸과 마음이 군대 모드에 맞추어진 모양이구나. 엄마가 정성들여 만든 음식에 배가 놀라는 것을 보니 말이다. 그래도 분위기 좋은 부대에서 네 역할을 단단히 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니 마음이 놓인다.

 어디서건 무슨 일이건 잘 해낼 너이기에 특별한 걱정은 없어. 다만 네가 맡은 업무가 고도의 정확성을 요하는 일이므로 거기에 따른 스트레스가 생기지 않을까 염려된다. 하기야 너는 수능 시험장에서도 잠을 잘 만큼 여유가 많은 녀석이니까 정신적 스트레스도 스스로 잘 관리할 거라 믿는다. 여하튼 정신 건강에도 유의하면 좋겠다. 그리고 군 생활에서의 동료란 생사를 함께 하는 공동운명체이므로, 상하 간에 끈끈한 동료애로 힘든 군 생활을 모두 잘 극복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너는 떠나고 엄마와 아빠는 다시 남겨졌구나. 몇 달 후 다시 만날 때까지, 그리움이야 말로 다 할 수 없겠지만 참고 기다릴게. 마당에 활짝 핀 매화며 벚꽃이며 진달래도 모두 차가운 겨울을 견딘 녀석들이 아니니? 힘든 시간을 견디고 나면 뭔가 더 좋은 일이 있겠지. 그러나 오늘 만큼은 비라도 쏟아지면 좋겠다. 엄마 눈물이 감추어질 수 있도록. 아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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