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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문의 아들에게

‘天網恢恢, 疏而不失’

by 책벌레아마따 2015. 3. 30.

                                       

                            ‘天網恢恢, 疏而不失

                                                                           2015330

 

 군 장성과 장교들이 앞장서 그동안 온갖 비리에 관여해 왔다는 근간의 뉴스 보도는 정말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방위사업에 관련된 비리들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비리에 연루된 이들의 실명을 거론하기조차 부끄럽고 불쾌할 정도다.

 

 국민들이 바친 혈세를 무단히 착복하고, 더군다나 사병들의 목숨과 안위를 담보로 저지른 씻을 수 없는 악행이기에 그 죄는 더욱 무겁다고 생각한다. 방탄복, 전투기, 전투함 등의 부실화는 장병들의 안전에 즉각적인 위협을 가하게 된다는 것을 잘 아는 위치에 있는 자들로서 어떻게 그런 만행을 저지를 수 있었는지 궁금하구나. 인간의 탐욕이란 정말 끝이 없는 것인가 하는 회의를 느끼게 한다.

 

 대한의 남아로서  병역의무를 수행함에 있어 전방근무를 해 보고 싶다고 고집한 지 89기만에 군에 입대한 너를 포함한 모든 장병들에게 그저 미안하고 부끄럽다. 전혀 어른스럽지 못한 어른들의 무책임한 사고와 행동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그 어떤 본보기도 되어 주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엄마는 예전부터 군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는 데다 네가 군에 입대하면서는 여러 편의 군 관련 글을 발표해 가면서까지 군과 군 장병을 응원해 왔기에 그 실망감은 더 크다.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빙산의 일각이지만, 지금까지 수면 아래 가려져 있던 비리들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이야.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일 수도 있어. 이제라도 밝혀지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지.

 

 불교의 인연법에 따르면 결코 자기가 쌓은 업은 피할 수 없어. 자기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대로, 상을 받거나 벌을 받게 될 거야. 이것을 믿는 것이 바로 믿음이다.  ‘天網恢恢(천망회회), 疏而不失(소이불실)’ 너도 잘 알듯 엄마가 매우 좋아하는 노자 도덕경의 73장에 나오는 글귀다. 하늘의 그물은 성글어도 절대 빠져나갈 수 없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고, 엄마와 너만이라도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그 어디에도 그 무엇에도 거리낌 없는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가자. 흙탕물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처럼 고고하게 살아가자. 하늘과 땅에 부끄럽지 않게.

 

 오늘은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하는데, 호흡기 건강에 주의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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