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걱정
2015년 5월 20일
군대가 일반사회와는 다른 특수 환경이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훈련으로 바쁘거나 다른 여러 사정들도 있겠지.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화 한 통화 해 주면 안 되겠니. 2주에 한 번 걸려오던 전화마저 4주가 되어 가도록 없으니 걱정이 되는구나.
아빠도 어젯밤에는 걱정스러운 나머지 화가 나셨나 봐. 그렇게 육군 전방부대 지원을 반대해도 고집을 꺾지 않더니, 그렇게 고집 피워서 갔으면 부모 걱정 안 하게 연락이라도 좀 자주 해야 할 거 아니냐고 말이다. 네가 전방부대 지원서를 쓸 때, 네가 하도 원하니까 엄마는 너를 지지할 수밖에 없었어. 이 결정에 따른 모든 것은 엄마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아빠의 강력한 반발과 항의에도 불구하고, 네가 원하니까 엄마가 보호자 서명을 했던 거야. 이번에 오랫동안 네게서 연락이 없으니, 아빠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른 것 같구나. 거리가 워낙 멀어 부대를 마음대로 찾아가 볼 수도 없으니 더 속이 탄다고 하셨어. 이런 때는 정말 아빠가 아무리 뭐라고 해도 고개를 들 수가 없어. 다음 주까지는 기다려 보자고 이야기를 했건만 무척 불안하신가 보다. 불안한 마음이야 엄마도 마찬가지이지만, 엄마가 너를 지지했던 죄(?)가 있어 더 힘들구나.
사실 네가 어찌 부모 마음을 다 알 수 있겠니. 엄마도 부모님에게 마찬가지였겠지.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이다. 부모는 열 자식을 사랑할 수 있어도, 열 자식은 한 부모 섬기기도 쉽지 않다. 물론 별일이 없겠지. 하지만 부모의 애타는 마음을 네가 이해한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전화 연락을 해서 부모를 안심시킬 텐데. 부모의 심정을 조금만 헤아린다면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는 길이 꼭 힘들고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너를 수능고사장에 보낸 날도 이렇게까지 마음을 졸이지 않은 것 같다. 여러 날 네 걱정을 하다가 어제는 아빠의 푸념이 기폭제가 되어 왠지 엄마의 불안도 증폭된 것 같구나. 아빠 마음이 어떠한지도 충분히 이해하기에 이래저래 엄마 마음이 무겁다.
오늘이라도 네가 웃으며 전화를 걸어 준다면 한 방에 다 날아갈 걱정거리가 될 텐데. 늘 평상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은 한다만, 이따금 삶이 만만치 않게 느껴지는 날이 있구나. 건강한 몸과 마음을 부모에게 보여 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효도임을 명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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