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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문의 아들에게

하늘의 일, 사람의 일

by 책벌레아마따 2015. 5. 23.

                                  하늘의 일, 사람의 일

                                                                            2015년 5월 23일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일이다.

 

 삶의 모든 순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야말로 생사가 엇갈리기도 하잖니.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세상에 없을 거야. 누구도 예외 없이 좌절하고 실패했던 경험을 안고 살아가기에 그렇다. 세상일이란 다른 말로 바꾸면 하늘의 일, 하늘의 뜻이 아닐까 엄마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내 뜻과는 무관하게 세상일이 전개되는 것일까. 다시 말해 왜 세상일이 내 마음대로 굴러가지 않느냐는 말이다. 우선 신앙이나 종교를 떠나, 조물주가 당신의 피조물들을 슬프게 불행하게 만들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확신한다. 자식의 불행을 바라는 부모는 없는 것처럼, 자식의 행복이 곧 부모의 행복인 것처럼.

 

 그래서 멀리 길게 깊게 넓게 보는 지혜가 필요한 거라 이야기하고 싶다. 당장 눈앞의 고통과 시련에만 골몰하게 되면, 자신을 원망하고 주변을 원망하고 하늘을 원망할 수밖에 없어. 하지만 결코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크게 한번 심호흡을 하고서 고통 너머, 시련 너머를 바라보면 어떨까.

 

 미래의 상황까지는 알 수 없더라도, 과거에 우리가 어떠한 시련들을 경험했고 또한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를 한번 되짚어 보자. 그 숱한 어려움들을 하나하나 극복하고 오늘에 이른 자신이 대견해 못 견딜 걸. 죽고 싶을 만큼 힘들고 가슴 저린 그 순간들이 시간이 지난 오늘에는 그다지 아프게 느껴지지도 않을 테고.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과 의지가 한층 단단해지고 성숙해졌을 거야. 그러기에 결코 의미 없는 시련이란 없어.

 

  이번에 벌어진 작은 해프닝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집이며 새로 산 대형 냉장고며 나의 문학과 음악이며 애써 가꾸는 밭의 나무나 채소며 심지어 하늘에 떠 있는 태양마저도 아무런 의미가 없더구나. 너 하나만 네 자리를 지켜 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다, 온통 그런 생각만 들더구나.

 

 아, 태양 이야기만은 취소해도 되겠니. 왜냐하면 요즘에는 시간을 바꿔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빛을 가슴에 안고 산책하는데, 이 기쁨과 환희를 말로 어떻게 설명하지? 온몸에 햇빛 샤워를 하면서 홀로 들판을 걷노라면, 오늘 하루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 살고 싶다는 삶에 대한 욕구가 샘솟기도 해. 너도 나중에 제대하고 복학하면 하루를 시작하기 전 한 시간 정도 학교 뒷산을 걸으며 운동하고 사색하는 습관을 들이기 바란다. 약속할 수 있지?

 

 인성아, 네가 있어 행복하구나.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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