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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문의 아들에게

사람의 힘으로 안 되는 일들

by 책벌레아마따 2015. 7. 14.

                                                  사람의 힘으로 안 되는 일들

                                                          2015 7. 14

 

 엊그제 발생한 태풍으로 우리 밭에도 피해가 있었어.

 가지, 토마토, 옥수수, 가지, 야콘, 복분자 줄기가 꺾이고, 매실나무와 대추나무가 쓰러졌다. 몇 달간 아빠가 땡볕 아래에서 열심히 돌본 녀석들인데 마음이 안 좋구나. 어제와 오늘, 쓰러진 녀석들을 줄로 묶고 쇠말뚝을 새로 박아 일으켜 세우기는 했는데 글쎄, 다시 살아날지는 미지수다. 앞으로 사나흘은 더 같은 작업을 해야 할 것 같아. 정말 사람의 노력만으로 밭일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하지만 감사할 일이 아직 많다.

 

 태풍에 집이 무너진 것도 아니고, 가족이 바람에 날려간 것도 아니잖니. 나라 전체를 봐도 이번 태풍으로 큰 피해는 없었던 듯해 천만다행이다. 그리고 일요일에는 네가 전화를 해 주어서 마음을 놓았다. 부대 내에도 아무 일 없고, 너도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여 다시 군 생활에 잘 적응을 하고 있다니 이보다 더 좋은 소식이 어디 있겠니.

 

 엊그제 비가 오던 날은 문득 네 생각을 했다. 네가 우산을 안 가지고 학교에 갔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진 때가 몇 번 있었지. 엄마가 네 하교 시간에 맞춰 우산을 들고 학교 현관에서 기다리던 것, 생각나니? 할 수만 있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그 시절로 다시 한 번 돌아가고 싶구나. 하지만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이겠지? 비 오는 날에 작은 네 손을 꼭 잡고 함께 우산을 쓰고 빗길을 걷던 그 때가 너무나 그립구나.

 

 엄마 사랑은 원 없이 받고 자랐으니, 네가 받은 사랑을 주변에 나누어 주면서 살아가기를 바란다. 사랑은 강물처럼 흘러야 하니까. 너무 잘 하려고 애쓸 것도 없고 네가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만 하면 돼. 늘 겸손하고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진 네가 엄마는 자랑스럽다. 지금 이대로의 맑고 깨끗한 네 마음을 영원히 간직했으면 좋겠구나. 엄마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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