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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문의 아들에게

삶은 선택의 연속

by 책벌레아마따 2015. 7. 17.

                                      삶은 선택의 연속

                                                                 2015717

 

 아침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아침을 먹고 네게 편지를 쓴다. 제헌절이라 태극기를 게양해야 하는데, 비가 오락가락해서 국기를 달지 못하고 있다.

 

 산책길에 나선 뒤 10분 정도 걸었을까 갑자기 돌풍이 불기 시작하더구나. 아마도 태풍 낭카의 영향인 듯하다. 게다가 소낙비까지 쏟아지기에, 들고 간 우산을 펼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어. 산책을 포기하고 집으로 그냥 돌아오고 싶은 유혹을 느꼈지만, 그걸 참고 걷다 보니 빗줄기도 그렇고 바람도 그렇고 그냥 걸을 만한 정도가 되었어. 한 시간 남짓 산책을 잘 마치고 돌아왔다.

 

 매순간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내린 선택의 결과를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에 그저 순간순간 최선을 다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어. 그러다 보니 잘한 선택이라 생각했지만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고, 그 반대로 포기하는 심정으로 내린 선택이 의외의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생기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최선을 다해 내린 선택은 결과와는 상관없이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거야.

 

 뉴스를 보니 군대도 마음대로 못 가는 세상이 된 듯하구나.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입영 적체 현상이 심해서 군대에 가고 싶어도 제때 갈 수 없는 청년들도 많다고 하네. 청년 실업률이 높다 보니까 어차피 병역의무는 마쳐야 하고, 그래서 군대부터 갔다 오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아. 9월부터는 비만한 사람은 현역이 아닌 보충역 판정을 내리기로 병무청에서 결정했대.

 

 네가 모병제에 지원해서라도 빨리 군대 갔다 오는 게 좋겠다고 했을 때, 너무 서두르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어. 군 생활 제대로 해 보고 싶다고 GP 같은 육군 최전방부대만을 고집하여 아빠와 대립할 때는 정말 마음이 편치 않았다. 늘 항상 너를 지지하는 엄마인데도 말이다. 네가 그렇게 원하던 GP 근무는 아니지만, 그래도 89기 끝에 지금 전방부대에서 군 생활을 잘 하고 있는 걸 보면 네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네가 고집을 부려 선택한 일이라서 그런지, 휴가 차 집을 오고갈 때 그 먼 거리를 꾹 참고 다니는 것을 보면 왠지 안쓰럽다.

 

 엄마는 너의 고집스러움을 단순한 반항이나 저항이라 생각하지 않고 강한 신념이라 이해해 주고 싶다. 그러니 고집을 부릴 일이 있을 때는 고집을 부려도 좋아. 부모가 아무래도 자식보다는 삶의 연륜과 경험이 풍부하니까 바른 결정을 내릴 확률이 크겠지. 그렇다고 늘 부모가 옳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럴 때는 자식이 부모를 설득시킬 수도 있지 않겠니. 네가 엄마와 의견 차이를 보일 때, 네 말을 가만히 들어 보면 나름의 일리가 있더구나. 터무니없는 고집을 부리는 것도 아닌데, 네 의견을 존중해 주지 않을 이유가 없지.

 

 나중에 네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얼굴 생김만큼이나 생각이 전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네가 슬기롭게 처신할 거라 믿지만, 대인관계에 있어서 듣는 귀는 둘이고, 말하는 입은 하나라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가급적 남의 말을 많이 들어 주고 경청하되, 자신이 말할 때는 불필요한 말을 줄이고 한 마디 한 마디 신중을 기해 말하라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태극기와 디데이를 알려 주는 위젯을 블로그에 설치하여 너의 전역일이 얼마 남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었는데 사용을 금지하는 바람에 조금 불편하구나. 일 년도 훨씬 넘게, 제대 날짜에서 하루하루 줄어드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작은 기쁨이 있었는데.

 

 원고 제출 마감을 앞둔 글이 있어, 이달 말까지는 더위도 잊고 글에 매달려야 할 것 같아. 세상에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글을 머리로 가슴으로 만들어 내려니, 창작이란 것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구나. 여하튼 세상 사람들은 내 글을 어떻게 평가하든 간에, 너만은 엄마 글을 좋아해 주면 좋겠다.

 

 삼복더위에 굵은 땀방울을 흘릴 너와 전 장병들을 위해 기도할게. 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