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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문의 아들에게

부모의 숙명

by 책벌레아마따 2015. 8. 12.

                              부모의 숙명

                                                   2015812

 

 어제 터미널에서 네가 탄 버스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우리도 막 차에 올랐는데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구나. 한 달 만에 보는 비였다. 엄마는 울지 말라고 하늘이 대신 울어 주는가 보다고 아빠가 이야기하셨어.

 

 네가 휴가를 나오는 날은 설렘과 기쁨으로 가득한데, 네가 부대로 돌아가는 날은 마음이 몹시 쓸쓸하다. 심장 한 쪽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아픔이라고나 할까. 자식을 기다리고 맞이하고 또 떠나보내고, 이런 것이 부모의 숙명이 아닐까 싶구나. 네가 이다음에 부모가 되어 보면, 엄마가 너를 사랑한 만큼 네가 너의 자녀를 사랑하게 된다면, 비로소 그때 엄마 마음을 이해하게 될 거야.

 

 지난 4DMZ 내의 목함지뢰 폭발로 인해 수색 중이던 장병 두 사람이 중상을 당하여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다. 한창 젊은 나이에 그토록 큰 시련을 당했으니 어찌하면 좋을까. 국가를 위한 거룩한 희생이었기에 평생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여하튼 이에 대한 보복으로 우리 군이 11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등 남북한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때 폭발 현장에서 가까운 부대를 향해 떠나는 너를 보는 엄마 마음이 착잡하다.

 

 부대로 돌아가자마자 오늘부터는 훈련이 시작된다니 얼마나 힘이 들겠니. 그저 부상당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말 이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훈련 잘 마치길 기도한다. 주말에 시간이 나면 집으로 전화해 주면 좋겠다.

 

 창문을 열어 놓았는데 바람이 시원하구나. 어둠에 휩싸인 바깥 풍경은 보이지 않고 다만 거리의 가로등 불빛만 눈에 들어온다. 왠지 가슴이 알싸한 느낌이 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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