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아침에
2015년 8월 15일
아침 일찍 대문에 태극기를 내걸면서 순국선열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되새겨 본다. 이 땅, 이 민족을 지키기 위해 피와 땀과 눈물을 흘리신 고귀한 임들의 넋을 위로해 드리고 싶구나.
우리 민족에게 있어 참으로 기쁜 오늘이다. 그 험난한 일제강점기를 보내고 마침내 자유를 되찾았으니 말이다. 벌써 광복 70년이라니! 남북통일이라는 한민족의 남은 과제만 잘 해결하고 나면 우리의 국력이나 위상은 한층 더 드높아질 것이라 굳게 믿는다.
일본에서는 우리와는 반대 입장이라 패전의 아픔을 되새긴다. 그리고 ‘오봉’이라 하여 우리의 추석과 비슷한 날인데, 우리는 추석을 음력으로 쇠지만 일본은 뭐든 양력으로 지내기 때문에 조상님을 추모하는 간단한 상차림을 준비하며 조상님의 혼을 맞이한다. 밤이 되면 동네 공터가 마치 유원지로 변해. 동네 사람들이 모여 맥주나 음식을 나누며 ‘오도리’라는 전통춤을 함께 추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팥빙수도 먹고 과녁 삼아 세워 놓은 장난감을 공으로 맞추어 떨어뜨려 경품으로 타는 놀이도 하며, 한여름 밤에 어슬렁거리던 생각이 나네.
그리고 광복절은 엄마에게 또 다른 의미를 갖는 날이다. 어휴, 엄마가 못 산다. 그 생각만 하면. 네가 네 살 때인 광복절 아침, 집 앞 놀이터로 아빠와 놀러 나갔다가 갑자기 증발이 되었던 사건 말이야. 온 동네가 발칵 뒤집혔었지. 공휴일 아침 모두 느긋하게 쉬고 있는데, 갑자기 미아 발생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니 동네가 발칵 뒤집힐 수밖에. 모두들 밖으로 뛰쳐나와 이리저리 흩어져 너를 찾기 시작했고, 모두 신속하게 협조하여 애를 써 준 덕분에 너를 바로 찾았어. 바로라고는 하지만 엄마에게는 1년과 같은 시간이었다. 얼마나 미친 여자처럼 너를 찾아 돌아다녔으면 셔츠 앞섶이 풀어헤쳐진 것도 모르고 다녔어. 나중에 보니 그 모양이 되었더구나. 모르는 사람은 젊은 여자가 안 됐네 했겠지. 모두 내 일처럼 나서서 우리를 도와 준 동네 여러분들에게 멀리서나마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픈 오늘이구나.
이래저래 광복절 만세!
훈련은 잘 끝났니? 피로가 겹쳤겠구나. 귀대하자마자 훈련을 받았으니 말이야. 오늘은 임시공휴일인데 너희도 좀 쉬게 해 주겠지? 잠을 좀 보충하는 건 어떻겠니. 사랑하는 아들, 또 보고 싶구나. 마침 히로시마의 원폭돔 앞에서 찍었던 사진이 있기에 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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