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군문의 아들에게

그리움

by 책벌레아마따 2015. 9. 1.

                                                    

                            그리움

                                             201591

 

 저녁 식사 마치고 책상에 앉았다.

 

 저녁 메뉴? 두부 버섯 된장국, 가지나물, 잔멸치 볶음, 들깻잎 장아찌, 창난젓. 단백질이 조금 부족하지? 네가 있었더라면 불고기 한 가지를 추가했을 텐데. 동물성 단백질을 적당량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는데, 엄마는 고기가 왜 이렇게 싫은지 모르겠다. 그래도 엄마 손으로 만든 것은 조금 먹겠는데, 밖에서 사 먹는 것은 정말 못 먹겠어. 우선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은 식재료로 만든 음식은 고기든 뭐든 입으로 넘기기가 싫으니 말이다. 남의 손으로 만든 음식을 먹을 팔자가 못 되는가 봐. 시골로 이사를 온 뒤로도 마찬가지로 일 년에 한 끼 외식도 제대로 하지 않으니, 엄마 같은 사람만 있으면 식당 문 다 닫아야 할 거다.

 

 아빠와 너는 육식을 좋아하니 내가 싫다고 요리를 하지 않을 수는 없지. 네가 집을 떠난 뒤에는 사흘에 한 번 꼴로 고기나 생선을 밥상에 올리고 있다. 네가 집에 있으면 이틀에 한 번. 밭에 있는 들깻잎을 따다가 그제와 어제 이틀에 걸쳐 장아찌를 만들었는데 아빠가 아주 좋아하신다. 11월에 네가 휴가 나오면 맛보여 주려고 이틀에 걸쳐 많이 담갔어. 냉장고에 넣어 두면 괜찮겠지.

 

 지금 창밖에는 가는 빗줄기가 내리고 있고 하늘은 구름으로 뒤덮였다. 열어 놓은 창문으로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는구나. 며칠 지나면 저녁에는 바깥공기가 제법 서늘해져서, 이렇게 창문을 오랫동안 열고 있지는 않게 될 것 같다.

 

 벌써 9월이네. 이젠 가을 분위기가 솔솔 풍기겠는걸. 덥지도 춥지도 않아 생활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 되었구나. 이달 말에는 한가위도 있고. 그러나 너는 엄마 곁에 없고.

 

 오늘 하루도 많이 힘들었지? 이틀째 밖에서 잠을 자게 되겠구나. 텐트에서 자는 거니? 지난번 훈련을 받을 때는 텐트가 새서 잠을 자다 물벼락을 맞기도 하고 텐트가 폭풍우에 날아가기도 했다면서? 제발 비라도 오지 않으면 좋겠다. 정말 대한민국 남자들 대단하구나. 물론 여성 군인들도 대단하고. 남자들이 사회에 나오면 군대 이야기만 하는 걸 이해할 수밖에 없구나. 아마 너도 군대에서 경험한 모든 일들을 평생 잊지 못하게 될 거다. 네가 훈련 받는 동안 엄마도 마당에 텐트 치고 자야 하는 거 아닐까.

 

 훈련 잘 견디기를 기도한다. 보고픈 아들! 그리움만 쌓이네.

 

 

'군문의 아들에게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빗속의 국군의 날  (0) 2015.10.01
안부 편지  (0) 2015.09.05
아들, 고맙고 사랑한다.  (0) 2015.08.30
너와 함께했던 추억의 시간들  (0) 2015.08.27
남북 고위급 협상 타결에 감사하며  (0) 2015.08.25